[IMF지원이후]경제가 나락에 떨어질때…정부는 뭐라고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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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되자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도대체 나라꼴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는 책임론에서부터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것같다" 는 힐책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정책 실기 (失機)에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 이후의 상승분위기에서 IMF 구제금융 대상국으로 전락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중요한 고비마다 정부의 판단 미스와 허황된 변명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경제를 이끌고 간다고 스스로 자부해온 정책당국자들은 정책의 부재를 '시장 원리' 라고 강변하고, 대책없는 부도사태를 '구조조정의 자연스런 과정' 으로 치부했다.

또 경제추락의 진실을 숨긴 채 국민들에겐 막연히 "경기가 바닥을 쳤으니 조만간 나아질 것" 이라고 호도했고 절체절명의 외환위기를 맞고도 "문제없다" 고 호언했다.

나라 경제를 끝없는 나락으로 빠뜨린 지난 1년간의 모습을 뒤돌아봤다.

<1월>

▶새해 경제운영목표 짜면서 정부가 성장률 5%대로 낮추려 하자 여당 "이래가지고선 올해 선거 못한다.

" 6%안팎으로 결정.

▶한보철강 부도위기와 관련, 23일 정부 당국자 "5월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는 부도를 막겠다.

" 결국 한보철강은 23일 부도.

▶한보 부도이후 대외신인도 추락하기 시작.

<2월>

▶환율 두달사이 달러당 8백44원에서 8백80원대로 급등. 정부 관계자 "최근 경상수지 적자 줄고 있고 수입수요도 감소해 2분기부터는 안정될 것이다.

정부가 개입한다는 얘기를 하면 환율 조작국이란 지적만 받는다."

<3월>

▶강경식장관 취임후 "은행이 망해도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 "금융실명제 보완하겠다" 고 해 실명제 논란 시작.

▶96년말 현재 외채규모 1천20억달러 발표. 정부는 "대외자산이 더 빨리 늘어 걱정할 것 없다.

단기외채 증가는 해외 단기금리가 싸기 때문. 지급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15일 정부 외화확보대책 발표, 은행 해외자금 차입한도 폐지.

▶도쿄 (東京) 시장 한국물 가격 폭락.

▶姜부총리 경제난 정부개입 요구와 관련, "업계의 요구를 그때 그때 수용하는 식의 단기처방은 곤란하다.

금융시장은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겨야 한다."

<4월>

▶대기업 부도 잇따르자 18일 姜부총리 주도로 부도유예협약 만들어

▶19일 삼미그룹 부도. 4, 5월 금융대란설. 정부 관계자 "개별기업 부도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 "

▶姜부총리 "4, 5월 금융대란설은 근거없다.정부가 금융시장 유심히 보고 있다."

▶금리 급등하기 시작.

<5월>

▶외채 위기론 대두되자 한은 "순외채는 3백47억달러 밖에 안된다.

멕시코와 우리는 경제여건이 다르다."

▶종금사가 부도유예협약 가입 안해 구멍 뚤리기 시작. 결국 진로 화의신청.

▶한은 "경기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 "

▶대농 부도유예협약 적용 28일.

<6월>

▶7일 중앙일보.SBS민생토론회 : 姜부총리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 이상한 조짐이 있으면 신속하게 대처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

▶외환보유고 4월 7억달러 늘었다고 정부 발표. 한은 "국제수지 적자폭 줄어 앞으로 외환보유고 계속 늘어날 것. "

▶금융개혁 법안 공방.

<7월>

▶23일 姜부총리 김영삼대통령에게 "기아사태는 당분간 무대책이니 누가 뭐라든 신경쓰시지 마십시오. " "당사자인 기아와 은행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고는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정부의 직접개입은 절대 않겠다.

3자인수가 바람직하나 이 마당에 제3자에게 인수시켰다간 무슨 화를 당하겠느냐. "

▶16일 기아 부도유예협약 적용.

<8월>

▶환율급등. 한국 금융기관 해외차입 막히는등 심각한 외화차입난 본격 부각. ▶재경원 내부보고 문건 본지 보도. 보고서에는 "외국금융기관이 국내은행들에 빌려준 돈 가운데 14억달러 회수했다.

대외신용도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고 언급. 재경원 "그 보고서는 실무자들이 현황 파악차원에서 만든 것" 이라며 "현재 외화자금 사정 괜찮다."

<9월>

▶정부, 한국통신주 연내 상장 발표. 주가 급락하자 내년으로 미뤄.

<10월>

▶13일 16개 종금사에 1조원 한은특융.

▶22일 기아차 법정관리 신청, 공기업화.

▶금융개혁법안 처리 무산. 재추진등 논란.

▶29일 주가폭락.환율급등. 정부 금융시장 안정대책. 채권시장 조기개방, 현금차관도입 확대, 외화매입 제한, 실수요증명 강화.

▶30일 외국인 주식투매. 정부 외환시장 본격 개입. "욕을 먹더라도 마음먹고 행정력을 동원하면 외환보유고 수준은 문제되지 않는다."

<11월>

▶1일 해태 화의신청, 6일 해태 협조융자 합의.

▶IMF협의단 조사결과 찰스 애덤스 아태국장보등 7명 "한국경제위기론을 이해할 수 없다.

경제여건이나 경제정책이 모두 건실하다."

▶13일 정부 금융개혁법안 추진, IMF구제금융은 강력 부인.

▶18일 한은 정부에 IMF구제금융 요청 촉구. 김인호 수석 "정부대책으로도 신용도 회복 안되면 IMF의 지원 검토. "

▶19일 금융시장 안정대책. 환율변동폭 확대. 부실채권 정리기금 10조원. 외화난 종금사 외환업무 정지. 정부차원의 외화조달등

▶21일 정부, IMF구제 금융신청.

▶23일 12개 종금사에 외화난 해결 명령.

<12월>

▶1일 IMF측의 종금사 폐쇄 요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된뒤 확인을 요청하자 林부총리는 오후8시30분 "종금사 폐쇄 관련 부분은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해진바 없다" 고 대답. 그러나 재경원은 2일 아침 9개 종금사를 영업정지.

경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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