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즐겨읽기] 퍼즐처럼 끼워맞춘 코언형제의 영화 2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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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코언형제-부조화와 난센스
조엘 코언·이선 코언 지음,오세인 옮김
391쪽,마음산책, 1만5000원

코언형제(형 조엘, 동생 이선).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 두 명을 상대로 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부제처럼 ‘부조화’와 ‘난센스’를 잔뜩 담고 있는 그들의 창발적인 작품들은 발표하는 족족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왜 초고층빌딩 회의실에서 뚱뚱한 중역은 갑자기 유리창을 깨고 자살하는 것인지(‘허드서커 대리인’), 왜 하필 임신한 여경에게 나무분쇄기에 자기 동료를 반쯤 쑤셔 넣은 납치살인범을 발견하게 하는지(‘파고’), 왜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검은 모자는 숲 속을 가로지르며 계속 굴러가는 것인지(‘밀러스 크로싱’)등등.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코언형제에게 던졌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다 소득 없고 힘만 빠지는 대답을 얻었다. “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 한 거죠.” 작품 외적인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질문:‘허드서커 대리인’이나 ‘밀러스 크로싱’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를 아세요?

“그건 성공한 이유를 알아내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아무도 모르죠.”

심드렁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참을성을 갖고 한번 더 물으면 꼭 소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질문:어떤 영화가 상을 받느냐도 비슷한가요?

“그건 좀 달라요. 우린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가 칸에 초청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흑백영화니까. 흑백은 상을 불러오죠. 특히나 프랑스에서.” 역시, 코언형제답다. 다행히 30개의 인터뷰는 이들에겐 일차원적인 ‘왜’ 이상의 질문을 던져야 함을 간파한 영리한 기자들의 정신노동이 집약된 산물이다. ‘주류 속 비주류’로 살아온 형제의 지난 20여 년 족적이 퍼즐처럼 재미나게 끼워 맞춰진다. ‘코언형제스러움’이라 할 그것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대한 열망, 영화마다 완벽하게 구축된 소우주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집착, 존재의 부조리함과 일상을 어지럽게 뒤덮고 있는 갖가지 오해에 대한 꾸준한 탐구 등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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