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을 가리켜 “종이에 담은 거대한 북디자인 전시장”이라고 말하는 김광철씨는 “앞으로 영문판을 제작해 해외에도 국내 북디자인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2. 2007년 2월. 계간지 ‘GRAPHIC’(그래픽)이 처음으로 나왔다. 기획기사로 ‘한국의 잡지 아트 디렉터 48인’을 망라해 소개했다. 520부가 팔렸다. 광고 하나 싣지 않았다. 물론 적자였다.
#3. 2009년 4월 단행본 『지금, 한국의 북 디자이너 41인』이 나왔다. 정병규·안상수·서기흔 등 중견 디자이너부터 1978년생 송윤형까지 ‘전업’ 북 디자이너의 인터뷰, 그들이 직접 선정한 자신의 작품 등 북 디자인 1000여 작품을 실었다.
서울 홍대 근처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김광철(45)씨, 그가 계간지 ‘그래픽’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고,『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을 펴낸 출판사 ‘프로파간다’의 대표다. 직원은? 단 한 명, 바로 그 자신이다. 편집은 아웃소싱한 에디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가 기획·취재·영업을 도맡아 하며 지난 2년 6개월 동안 ‘그래픽’을 9호까지 발행했다. 그는 “‘그래픽’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북디자인’을 다룬 ‘그래픽’ 4호가 3000부가 다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은 게 이 책의 출간 계기가 됐단다.
그는 “그 동안 북 디자이너는 출판계 안에 ‘폐쇄회로’같이 존재했다”며 “디자이너에 대해 논평하는 대신 그들이 하는 작업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책에 부여하는 의미도 작지 않다. 첫째는 한국 북 디자인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극을 주려는 것”이다. 그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출판 디자인의 속살을 보여주는 창이 되고, 디자이너들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마당이 되기 바란다”며 “이것이 시각문화 전반을 다루는 잡지 ‘그래픽’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에 ‘그래픽’ 은 독일 유명한 아트서적 전문서점 ‘PRO QM’과 ‘모토 베를린’ 등 두 곳에 80부를 판매했다. 독일에서 우연히 이 잡지를 접한 서점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주문해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잡지와 책 만들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특별하게’ 만들면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한국의 그래픽 문화를 조금씩 바꾸는데 에너지를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