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한 살 더 먹으니 신랑 결혼비용 ↑ 609만원 … ‘숫자’로 본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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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퍼센트 경제학
구정화 지음, 해냄, 468쪽, 1만6000원

겁 먹을 것 없다. 제목과 달리 경제학 책이 아니다. ‘숫자 울렁증’을 가졌어도 읽을 만하다. 정확히는 ‘통계로 본 21세기 한국, 한국인’인데 피부에 와 닿는 주제가 많고 지은이가 사이사이 읽을거리, 생각거리를 넣은 덕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란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명언, “여성의 결혼적령기는 크리스마스의 케이크와 같아서 24세가 지나면서 값어치가 줄어들어 31세가 지나면 값어치가 전혀 없다”란 세간의 속설이 나온다.(실은 이런 비유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물론 알맹이는 통계다. 1974년 남자 4235원, 여자 25원(버스 토큰값)이던 데이트 비용이 2008년엔 남자 7만2120원, 여자 5만8420원으로 뛰었다. 그렇게 해서 결혼을 하게 되면 남성은 1억2850만원, 여성은 4395만원을 써야 한다. 2007년 평균 결혼비용 통계다.

재미있는 것은 신랑의 연령이 한 살 증가할수록 결혼비용은 609만원 더 드는데 반해 연소득은 평균 207만원 증가에 그치니 남성은 하루빨리 결혼하는 것이 좋단다.

그럼 결혼에 대한 손익계산은 어떨까. 영국과 미국 자료긴 하지만 결혼의 가치는 연간 10만 달러, 우리 돈 약 1억3000만원에 이른다. 30년간 결혼생활을 하면 독신자에 비해 39억 원 상당의 추가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엔 조건이 따른다. ‘행복한 결혼생활’이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신생활보다 건강에 더 악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족간의 만족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2006년 조사에서 배우자 만족도는 57.3%, 자녀 만족도는 65.7%로 둘 다 4년 전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게다가 나이 들수록 만족한다는 비율이 떨어진다니 이를 어찌할꼬.

다양한 통계를 이용하는 통에 대표성에 의문스런 조사도 실렸지만 가정, 직업, 사회 트렌드 등과 관련한 다채로운 모습을 숫자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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