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대응전략]3.정부도 바뀌어야…공조직부터 군살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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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굴욕적인 협상을 끝낸 재정경제원은 무거운 침묵에 싸여있다.

이제 국가부도는 면하게 됐다는 안도감은 잠시뿐 앞으로 거세게 몰아닥칠 책임추궁을 생각하면 어느 관리도 편안한 심정이 아닌듯 하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을 거세게 몰아치던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 재경원 조직의 앞날조차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탓이다.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달 21일 IMF에 긴급자금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기업.금융.근로자등 모든 국민이 합심 노력하면 우리 경제가 조속한 시일내에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 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지경이 될때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남덕우 (南悳祐) 한국무역협회 상임고문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고 사태를 추적하며 정책을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세력이 정부내에 있어야 하는데 지난 4년9개월간 이런 관료집단을 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우선 정부가 추락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南고문은 "경제 지도력 약화와 행정의 불안정이 현정부의 가장 큰 문제" 라며 "정부의 일관성있는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밝혔다.

정부내에 팽배해있는 경직적인 관료주의로는 위기상황에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만한 정부조직도 대폭 줄여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 또 부처간에 업무가 중복되는 부문이 1차적인 축소대상이다.

특히 막강한 인력과 권한으로 국가경제를 주물러오다 결국 구제금융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된 재정경제원은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점은 이미 대선에 나선 3당후보들도 모두 공약을 하고 있어 새정부 들어 행정부개편의 첫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공무원 인사제도에 조속히 성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한번 공무원이 되면 정년때까지 '철밥통' 이 돼서는 공무원사회의 무사안일을 없앨 수 없고 규제완화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계약제와 공개채용제를 도입, 경쟁을 촉진하는등 뼈를 깎는 자성이 요구되고 있다.

예산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IMF가 재정긴축을 요구한 만큼 차제에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처럼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을 짜서는 IMF한파를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한파가 이미 몰아치고 있는 부처도 있다.

정보통신부 강봉균 (康奉均) 장관은 최근 가진 간부회의에서 내년도 인원감축의 고삐를 좀더 당길 것을 주문했다.

정통부는 올해 8백여명의 정원을 줄였지만 내년에는 7백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공기업들 역시 찬바람이 몰아치기는 마찬가지다.

사장을 공채한 가스공사.한국중공업등 4개 공기업부터 경영혁신과 조직감축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은 인원동결 또는 감축, 연봉제실시등 강도높은 긴축경영을 밀고나갈 계획이다.

이에따라 나머지 공기업에도 이같은 비상경영바람이 번질 전망이다.

구제금융을 초래한 책임이 큰 만큼 정부나 공공부문에 몰아칠 한파는 가장 엄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민호.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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