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21세기 '10대 과학기술']7.가상현실…가상의 세계서 한계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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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이 현실로 다가왔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기술이 만들어내는 '인공환경 시스템' .이를 통해 현실의 한계를 넘어 다른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 사회를 변화시킬 10대기술의 하나로 가상현실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고희동 (高熙東) 박사는 "가상현실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달리 반응이 있다.

즉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므로 조작과 체험이 가능하다" 고 설명한다.

KIST 영상미디어 센터가 개발한 분자세계를 입체적으로 탐험하는 가상현실이 좋은 예. 특수 안경을 쓰고 보면 자신이 분자에 올라탄 듯 힘과 깊이감을 느끼며 다른 분자와 결합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신약개발등에 유용하다.

가상현실 개발을 21세기 대비 프로젝트로 선정한 KIST는 가상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2001년 목표로 연구중이다.

이 시스템은 제품의 성능뿐아니라 편이성.안락감등 감성 (感性) 도 분석할 수 있다.

이번 대선보도를 두고 MBC등 주요 TV방송국은 경쟁적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가상 스튜디오를 꾸며놓고 실감나는 보도를 기획하고 있다.

가상 스튜디오에서는 보통 스튜디오 보다 다양한 설비와 기능을 갖추고 현란한 공간을 만들어간다.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는 올부터 자동차 내부설계를 가상현실기술로 하고 있다.

가상현실 인테리어 소프트웨어는 보통 하나의 내부 설계를 꾸미는데 6~8주 걸리던 것을 하루로 줄였다.

디자이너는 가상현실의 차 내부에 들어가 운전대.페달등을 배치한다.

그에게는 가상현실이 실제 차안에 있는 것 처럼 낯설지 않다.

계기판이나 각 좌석이 제대로 배치됐는지를 가상의 차안에서 테스트한다.

가상현실에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시각에 이어 인체의 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감각중 적용이 빠른 분야가 촉감이다.

미국 메사추세추 캠브리지에 있는 미쓰비시 전자연구소는 최근 촉감을 느끼는 무릎 수술 시뮬레이터 (훈련용 장비) 를 만들었다.

특수 안경과 장갑을 낀 의사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자를 상대로 수술칼이 움직일때마다 손떨림을 느끼면서 수술한다.

이 제품은 2만~3만달러에 시판될 예정이다.

손에 감촉을 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중 하나는 물건을 집을 때 느끼는 반발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반발력을 1초당 1천번 이상 측정해 이를 인체에 힘으로 전달하면 촉감을 느끼게 된다.

또는 특수 장갑에 파이프를 연결하고 여기에 액체가 흐르게해 촉감을 구성하기도 한다.

청각의 시현 (示顯) 도 관심사다.

시스템공학연구소는 소리가 사람의 귀 모양에서 반사되도록 하고 여기에 주파수를 조절해 입체감있게 들리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청각 시스템은 한곳에서 나는 소리를 사방에서 나는 것처럼 만든다.

또한 가상공간을 서로 공유하는 '분산형 가상현실시스템' 은 지금까지의 상식적인 공간개념을 거부하는 기술이다.

분산형 가상현실이 인터넷등 통신기술과 접목돼 연구공간.회의공간.작업공간 등이 된다.

한예로 회사공간을 꾸미면 상사와 가상현실에서 만나 서류결재도 가능하다.

시스템공학연구소 김동현 (金東鉉) 박사는 "가상현실은 인간과 컴퓨터가 감각적으로 만나게 해줄 뿐 아니라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환경에 존재하는 경험을 갖게 한다" 고 말한다.

분산형 가상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정보와 컴퓨터를 공유한다.

특히 99년이면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가상현실의 기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상거래.교육.영상.군사분야등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

가상현실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21세기형 신대륙이다.

이를 선점하는 쪽이 미래의 승자가 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국내에는 이미 20여개의 가상현실 벤처기업이 등장해 사업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장재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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