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황새 서식지 인공으로 복원추진…교원대, 대청호 주변 9만평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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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파괴된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국내에서는 이미 멸종해 버린 황새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작업이 추진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는 최근 충북옥천군 대청호 주변등을 대상으로 황새 서식지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황새 같은 고등 조류를 중심으로 생태계 복원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새는 충북음성군생극면의 서식지에서 암수 한 쌍이 살다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71년 사살된 뒤 암컷만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마저 94년 죽고 말았다.

이번 생태복원 작업의 특징은 먹이사슬의 맨 윗단계인 황새를 중심으로 곤충류.양서류.미생물.습지식물등 일체의 '자연' 을 인공으로 꾸며준다는 점이다.

생태계 복원의 기술적 핵심은 인공습지 조성. 생태계에서 습지는 각종 생물상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는 생명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복원팀의 정동양 (鄭東陽) 교수는 "세 종류의 습지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 밝혔다.

1단계 습지는 오염원에 가장 가까이 조성되며 골재와 수생식물로 오.폐수를 1차 정화하는 기능을 맡는다.

2.3단계 습지는 주로 수생식물과 미생물로 구성돼 1단계에서 걸러진 물을 더욱 정화시켜준다.

개구리등 양서류나 곤충이 서식하는 것은 2.3단계 습지 공간이다.

복원 예정지인 옥천군 대청호 주변 지역은 인근 농가에서 축산 오수등이 따로 정화되지 않은채 유입되고 있어 평소 수자원 오염등의 우려가 큰 지역이다.

복원팀이 복원 생태계에 풀어놓을 황새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러시아.독일등지에서 들여온 것으로 국내에서 멸종된 것과 똑같은 종이다.

그러나 최근 대상 지역 주민들이 "황새 서식지가 복원될경우 오리등 다른 조류들까지 몰려들어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 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복원작업 추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원팀은 이에 대해 적당한 후보지를 찾지 못한다면 복원작업을 포기하고 사육중인 황새를 자연 방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새생태 복원을 세계 처음 시도한 일본은 86년 인공번식에 성공한 이래 최근 효고 (兵庫) 현에 오는 2001년 완성을 목표로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복원팀을 이끌고 있는 이 대학 박시룡 (朴是龍) 교수는 "황새 생태복원작업은 멸종위기에 처한 다른 희귀 동.식물 보존을 위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할 경우 환경오염으로 파괴된 국토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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