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처럼 되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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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강렬하다. 강대협.

박빙 승부에서 더욱 힘을 내는 강대협이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무협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신출귀몰한 무술과 장풍을 쓰는 무림의 고수가 연상될 것이다. 농구팬들에겐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매력적인 캐릭터 윤대협이 떠오를 것이다.

강대협(32·동부)이 날고 있다.

8일 KC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강대협은 3점슛 7개를 던져 5개를 넣는 등 18득점을 했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17일 동안 쉰 동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좋지 않았는데 강대협은 코트 곳곳에서 불을 뿜으며 팀을 이끌었다.

강대협은 유난히 큰 경기에 강하다. 지난 1월 프로농구사에 길이 남을 삼성과의 5차 연장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의 총득점은 30점이었는데 연장에서 12점을 넣었다.

더 긴장될수록, 더 어려울수록, 천길 낭떠러지에서 강대협의 집중력은 빛을 발한다. 그는 “시끄럽고 긴장될수록 집중이 되고 아드레날린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그를 탐내는 팀이 많다.

그가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다. 무협지 주인공들처럼 그도 밑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올라왔다. 고려대 3학년 때 무릎 수술을 했다. 4학년 때 거의 뛰지 못했고 프로 드래프트에도 후순위에 지명됐다. 대형 선수 트레이드에 끼어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프로 7년 동안 그가 몸담았던 팀은 6개나 됐다.

그러나 2006년 동부로 와서 그의 가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행운을 준 주인공은 김주성이었다. 상대는 김주성에게 여러 명의 수비수를 붙였다. 어딘가 빈자리가 나게 마련이었고 강대협은 겁없이 슛을 던졌다. 그의 슛이 들어가면서 동부는 강팀이 됐다.

그도 부산 동아고 2년 후배인 김주성에게 해준 것이 있다. “고 3때 키는 크지만 뼈밖에 없는 1학년이 왔는데 하나를 가르치면 응용동작을 혼자 하더라. 뭔가 될 녀석이란 생각에서 열심히 가르쳤다”고 말했다.

강대협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수퍼모델 출신 이란숙씨와 결혼했다. 무협지 주인공다운 영웅의 이름을 가진 그가 미녀를 얻은 것이다. “동부로 오기 전까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나를 믿어준 아내가 고맙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 달 첫 아이를 얻는다. 아들을 낳으면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로 이름을 짓겠다고 했다. 강대협은 “나도 슬램덩크의 강백호나 윤대협처럼 프로농구에 멋진 이름을 남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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