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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it people] “나 뉴욕간다” 자신만만 두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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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만 수백 번 … 이젠 손꼽히는 동양인 모델

파리·밀라노 무대의 윤진욱

“밀라노와 파리 컬렉션 무대에 처음 섰을 때, 꿈이 이뤄진 후의 희열이란 게 어떤 건지 알았어요.”

모델로 데뷔한 지 6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 보라는 질문에 윤진욱은 작년 가을의 ‘보테가 베네타’와 ‘랑방’ 무대라고 답했다. 좀처럼 동양인에게 무대를 열지 않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의미 있었고, 한국 남자 모델로서는 (같은 소속사 김영광과 함께) 처음 해외에 진출한 무대였기에 가치 있었다고 말한다.

“파리의 랭킹 3위 에이전시 바나나스에는 150명의 모델이 소속돼 있지만 그중 동양인은 저와 영광이를 포함해 겨우 세 명뿐이에요.”

밀라노 현지의 에이전시도 상황은 같다. 그런데 이들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으면 컬렉션 오디션조차 볼 수 없는 브랜드들이 있다. “한국 남자 모델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후배 모델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되겠죠.”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무작정 도전했던 수백 번의 오디션, 그리고 또 그 숫자만큼 좌절했던 순간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보테가 베네타 무대 캐스팅 담당자의 “See you again(다음에 보자)”이라는 평범한 인사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군대 가기 전에는 모델 일을 그저 아르바이트라고만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자꾸만 생각나는 거예요. ‘왜 그때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들었죠.”

군대에서 틈틈이 워킹 연습을 했고, 전역 후에는(정확히 2007년 9월 26일) 그동안의 아쉬움을 맘껏 해소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패션모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꿈꾸었을 밀라노와 파리 무대에 섰다. 독일 잡지 ‘GQ style’의 커버와 ‘아시아 갭’ 광고 캠페인도 촬영했다. 뉴욕 무대라는 새로운 목표가 있고, 돌체앤가바나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일주일에 네 번씩 연기 수업을 받고 있어요. 아직은 대본을 읽고, 지적받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수준이지만 그 작업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가슴에 내재된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희로애락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연기’가 맘에 든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면서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지금까지는 착한 남자 이미지가 많았으니까 나쁜 남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스물다섯 살의 예비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모습과 명랑한 웃음소리가 사랑스럽고, 한마디를 할 때도 신중하려고 애쓰는 진지함이 보기 좋은 남자 윤진욱이다.

글=서정민 기자 촬영협조=김선희 스타일리스트 W퓨리피(헤어·메이크업)



속옷 카탈로그로 시작 … 태국서만 광고 25편

아시아 사로잡은 최호진

“한국이라는 무대가 작게 느껴졌어요. 모델로 성공하는 것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이왕 할 거면 큰 무대에서 제대로 하고 싶었죠.”

최호진은 태국ㆍ싱가포르ㆍ독일 등 세계를 누비며 패션쇼ㆍTV 광고ㆍ지면 광고 모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학 시절에 수영 강사를 했어요. 선배 소개로 우연히 속옷 카탈로그를 찍게 됐고, 그때의 촬영이 재밌게 느껴져서 전문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물 여섯 살 때의 일이다. 이후 부푼 마음을 안고 여러 에이전시를 찾았다. 그러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남자 모델치고는 키(1m80㎝)가 너무 작다는 것이 이유였다. 할 수 없이 본연의 생활로 돌아왔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독자 변신 코너에 신청했다.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와서 촬영을 진행했고, 이후 그의 길은 한마디로 ‘풀렸다’. 광고 에이전시를 비롯해 각종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잡지사로 연락이 쇄도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진짜’ 모델이 됐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 곧장 해외 진출을 계획했다.

“처음 간 나라는 홍콩이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보잘것없는 저의 언어 능력ㆍ경력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죠.”

이후 최씨는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기로 결심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아시아권은 거의 다 돌아다녔다” 할 만큼 태국ㆍ일본ㆍ싱가포르 등을 누볐다. 패션쇼 무대에도 섰지만 주로 광고 촬영을 많이 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역시 언어 문제. 처음엔 ‘빨래’를 영어로 설명하지 못해 한 달간 손빨래만 했다. 캐스팅 오디션장을 찾아갈 때도 남들보다 한두 시간 먼저 출발해 돌아 돌아 장소를 찾아야 했다. 오기가 생겨 혼잣말로도 한국말을 하지 않았고 외국인만 눈에 띄면 먼저 말을 걸었다.

태국에서 특히 TV 광고 촬영을 많이 했는데, 대사가 주어질 때도 많아 따로 태국어 교습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 영어는 수준급이고 태국어 역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유독 상의를 벗고 찍은 사진이 많다. 수영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은 낮 시간대에 두 시간씩 운동하기, 하체 운동 게을리하지 않기, 특히 크런치ㆍ플러그ㆍ레그레이즈 등의 운동 열심히 하기 등이 ‘최호진표’ 복근의 비결이란다. 또 아침을 꼭 챙겨먹고, 집에서 수삼 셰이크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브루스 리처럼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모델 활동과 연기 활동 모두 열심히 할 거예요. 올 6월에는 드디어 뉴욕으로 진출하게 될 것 같아요. 끝까지 지켜봐 주실 거죠?”

글=송지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윤진욱은 …

올해 2월, 밀라노에서 독일 ‘GQ style’의 커버를 촬영했다. 참가 인원은 총 11명. 가로로 긴 표지여서 사진가에 의해 나뉜 두 팀 중 한 팀은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다른 팀에 유명 모델이 더 많았지만 윤진욱 팀이 커버 전면에 나왔다. 얼마 전에는 뉴욕에서 ‘아시아 갭’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 톱 모델 랭킹 20위 안에 드는 보이드 홀브룩, 에디 클린트 등과 함께였다. 5월부터 일본 전역의 갭 매장에서 윤진욱의 모습을 볼 수 있다(서울 노출 일정은 미정).

두 건의 촬영 모두 실물 오디션 없이 진행됐다. 폴라로이드로(포토숍 작업을 막기 위한 장치) 촬영한 상의 탈의한 전면과 옆면 모습을 사진가에게 보냈고, 그것으로 두 건 모두 촬영이 결정됐다. 이제 막 세계 무대에 얼굴을 알린 새내기로서는 드문 일이라고 한다. 세계의 톱 모델 랭킹이 등록되는 모델스닷컴(www.models.com)에서 ‘yoon jin wook’ 검색이 가능하다.

최호진은 …

아르바이트로 속옷 카탈로그, 신한카드 TV 광고 등에 출연했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델로 데뷔했다. 같은 해 ‘맨즈헬스 쿨가이선발대회’에 참가해 인기상을 수상했고, 게스진ㆍ라코스테ㆍ돌체앤가바나ㆍ프라다ㆍ구찌의 패션쇼에 섰다. 미스터피자·신한금융·홍콩 CLS텔레콤 등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2008년부터는 한국을 떠나 주로 해외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특히 TV 광고가 많았다. 홍콩 HSBC은행ㆍ태국 라난다 리조트ㆍ태국 도요타ㆍ중국 폴크스바겐 등의 광고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태국에서만 25편이 넘는 광고를 찍었다. 또 태국 가수 리디아의 ‘1min’ 뮤직 비디오에 주인공의 남자친구로 출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GQㆍ에스콰이어ㆍ맨즈헬스 같은 잡지의 모델로 활동했고 리바이스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서기도 했다. 조니 워커ㆍ리바이스ㆍDKNY의 지면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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