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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심야협상 잠정합의 내용(4)…IMF요구 거의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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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여곡절 끝에 빠르면 오는 4일 국제통화기금 (IMF) 의 첫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1일 "IMF의 지원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위기때 IMF는 총 5백20억달러의 긴급자금중 1백80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우리는 IMF에서만 2백억달러 안팎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일본·유럽등 주변국의 협조융자가 당초 기대에 못미칠 것을 우려, 일단 IMF로부터 최대한 지원을 받아낸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다 주변국과 세계은행 (IBRD) 등 국제기구 지원액을 합치면 총지원 규모는 5백억~6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정도의 자금이면 외환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IMF로부터 자금지원 확약을 받은후 주변국과 다른 국제기구 지원을 최대한 빨리 받아낸다는 생각이었다.

보유외환이 거의 소진돼가는 상황에서 IMF의 자금지원을 빨리 받아내려다보니 결국 IMF 요구를 거의 대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재경원 관계자도 "어차피 IMF와의 긴급자금 협상은 말이 협상이지 거의 일방적으로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 이라고 밝혀 정부가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음을 시사했다.

IMF로서도 각국의 출연으로 구성돼 있는 기금을 쓰기 때문에 누구나 납득할만한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야 다른 국가들이 협조융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다.

특히 IMF를 사실상 배후에서 조종하는 미국이 한국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막판까지 정부가 버틴 부분은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경제성장률. IMF는 3~4개 부실은행과 12개 이상의 부실종금사를 즉시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IMF가 요구해온 시중은행을 포함한 3~4개 은행의 정리를, 그 파장이 엄청난 점을 설명해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부실종금사의 폐쇄는 IMF의 요구가 워낙 완강한데다 정부로서도 명분이 적어 폐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폐쇄시기를 조금 늦춰달라고 요청하느라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IMF가 2.5%를 고집해 당초 4.5~5%를 제시했던 정부가 두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한 것은 실업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IMF로서도 보다 혹독한 성장목표 감축을 받아들인 멕시코·태국·인도네시아와의 형평성등을 들어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이같은 저성장으로 내년에 실업자가 적어도 1백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화환율도 당분간 1천원대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고, 이에 따라 물가도 정부나 IMF가 예상한 4%대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실업·고물가·고세금이 나타나면서 향후 2~3년은 국민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체감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화량을 최대한 줄이고 긴축재정을 지속하면 금리가 크게 오를 것이다.

정부와 IMF는 18~20%수준을 당분간 용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비용 부담이 큰 기업의 부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현금화를 꾀하는 부동산 매물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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