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정당 대선별동부대 '구전홍보단',유언비어·흑색선전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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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참 불경기 타령을 주고받던 택시기사가 느닷없이 '000후보를 찍어야 산다' 고 하더구만요. 다른 후보들에겐 어쨌느니 저쨌느니 욕을 해대면서…. " 지난 28일 밤 퇴근길 택시기사와 시비끝에 파출소까지 갔던 회사원이 털어놓은 말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마다 이른바 '구전 (口傳) 홍보단' 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당 조직에 의한 공식 홍보전과 별개로 이뤄지는 '소문부대' 다.

택시운전기사에서부터 보험외판원.이미용사등 다중 (多衆) 을 접하는 직업층이 주요 구성원들. 선거운동기간 이전부터 이들은 준 (準) 당원화해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표시안나게 전파력을 발휘한다는게 이들의 최대 강점이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놓은 후 특정후보에 대한 과장광고와 함께 경쟁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는 별동조직이다.

문제는 각종 유언비어.흑색선전의 상당수가 이들을 통해 시중에 쏟아진다는 점이다.

경쟁후보측간 흑색선전이나 비방내용이 다음날이면 곧바로 퍼지면서 덧칠까지 가해지기 일쑤라는 것.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해서는 "장남 정연 (正淵) 씨가 소록도에서 밤낚시를 하고 노래방을 갔다" "충남보령과 경기도화성에 선산 마련을 핑계로 땅투기를 했다" 는등에서 부인 한인옥 (韓仁玉) 씨의 염문설까지 돌고있다는게 한나라당 얘기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후보도 마찬가지. "金후보 부부의 노인성치매가 심각하다" "金후보의 사주가 99년까지밖에 못산다더라" 는등에서 "호남지역에서는 '김대중 만세' 를 외쳐야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준다" 는 지역감정 자극용까지 다양하다.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후보에게는 '부친의 빨치산 활동설' 에다 "부인 김은숙 (金銀淑) 씨가 하도 설쳐 동네주부들이 상종을 안한다" 는등의 말들이 밑도끝도 없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각 당은 서로 "상대측의 구전홍보단 작품들" 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 조직 규모로는 한나라당이 생활설계사.주택관리사.택시운전사등 3개 직능을 3백50~7백명씩 조직화한 '직능홍보단' 을 갖고 있다.

종교인.이미용사.무속인등 일반인과 접촉이 많은 다른 분야에도 상당수를 확보해 위촉장을 준 상태다.

야당측은 "이들에게 5만~10만원의 일당이 주어지며 점검반이 활동을 충실히 하는지 암행감사까지 하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도 지난9월 발대식을 가진 개인택시 직능위가 서울에만 5백명선. 전국적으로는 2천5백명 가량 된다.

부동산업자.부녀홍보단도 가동중이다.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민신당은 11월초부터 2백여명의 택시기사로 구성된 홍보자원봉사단을 굴리고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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