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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 혈액 3명에 수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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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액이 환자 3명에게 수혈된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즈 혈액 수혈 사고는 2005년 9월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이로써 1987년 이후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은 19명으로 늘었다.

8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에이즈 감염이 확인된 A씨(28)의 헌혈 기록을 조회한 결과, 2005년 1월 헌혈했고 이 혈액이 세 사람의 환자에게 수혈됐다는 것이다. 수혈 받은 사람은 암 환자 두 명과 결핵 환자 한 명이다. 암환자 한 명은 수혈 후 3일 후, 다른 한 명은 18일 후에 사망했다. 결핵 환자는 6개월 만에 사망했다. 복지부는 세 사람이 에이즈가 아니라 원래 앓던 병 때문에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즈는 감염된 뒤 10년 정도 잠복했다가 발병하기 때문이다.

A씨의 혈액은 2005년 헌혈 당시 에이즈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세 사람에게 수혈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복지부가 A씨의 혈액을 재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음성 판정을 받은 혈액이 추후 검사에서 양성으로 바뀐 경우는 이번이 세 번째다.


복지부는 당시 음성으로 판정된 이유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 헌혈 후 에이즈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윈도 피리어드(잠복기)에 있었거나 판정에 오류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2004년까지 에이즈 감염자의 헌혈 기록 관리 부실, 판정 오류 등으로 인해 수혈 사고가 잇따르자 종합 대책을 내놨다. 핵산증폭검사(NAT)라는 새로운 검사법과 이중 체크 도입 등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사고가 NAT 도입(2005년 2월)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복지부 손영래 공공의료과장은 “만약 A씨가 핵산증폭검사 도입 후에 헌혈했다면 이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요즘은 기존 검사법, 즉 효소면역검사측정법(EIA)과 핵산증폭검사를 병행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5년 2월 이후 헌혈한 혈액에 의해 에이즈가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 다행히 A씨는 2005년 1월 이후 헌혈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헌혈된 혈액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번 사고는 A씨가 지난달 관할 보건소에 스스로 에이즈 검사를 의뢰하면서 밝혀졌다. 만약 A씨가 검사하지 않았다면 묻혀서 넘어갔을 것이다.

안혜리 기자

◆윈도 피리어드=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검사법은 두 가지다. EIA는 혈액에서 HIV에 대항해 생긴 항원을 찾는 검사법이고, NAT는 HIV의 유전물질, 즉 핵산(RNA)의 양을 증폭해 감지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두 가지 검사에도 잡히지 않는 기간이 있는데 그걸 윈도 피리어드, 즉 잠복기라고 한다. 효소면역검사는 22일, NAT는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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