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 선동열 ‘빼야 사는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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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밥도 못 먹고 야구”=굶어가며 야구를 한다는 선수가 있다. KIA 4번 타자 최희섭이다. 지난해 120㎏을 훌쩍 넘겼던 체중을 지금은 110㎏으로 줄였다. 팔과 다리의 근육이 언더셔츠 위로 굴곡 있게 드러난다. 그동안 둔중했던 몸과는 큰 차이가 있다.

KIA 최희섭(左)과 선동열 삼성 감독이 올 시즌 눈에 띄게 몸무게를 줄였다. [중앙포토]


지난 시즌 뒤 최희섭은 조범현 감독에게 “달라지겠다”고 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오프시즌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산행을 거르지 않았다. 전지훈련 때는 하루 스윙 1000개를 기본으로 했다. 식사량도 줄였다. 장세홍 KIA 트레이너는 “보디빌더처럼 따로 식단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이 찌기 쉬운 인스턴트 식품 등은 전혀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몸이 가벼워지니 배트도 가볍게 돌아간다. 최희섭은 7일 광주 SK전에서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시즌 1호 홈런을 날렸다. 8일 SK전에서도 1회 장외 투런 아치를 그리며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이젠 ‘스피드 초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즌 첫 경기인 4일 잠실 두산전 6회 초 최희섭은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타구를 친 뒤 2루로 달렸다. 공을 잡은 우익수 임재철이 약간 머뭇거린 틈을 타 발로 만든 2루타였다. 최희섭은 이어진 이현곤의 짧은 중전 안타 때 최태원 3루 코치의 제지를 뚫고 홈으로 돌진해 득점에도 성공했다. 지난해까진 좀체 볼 수 없었던 주루플레이였다.

◆선동열 “허리띠 구멍 줄여”=7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목동구장에 도착한 선동열 감독은 곧장 휴게실에서 신체치수를 쟀다. 유니폼을 새로 맞추기 위해서였다. 체중 감량으로 기존 유니폼이 헐렁해졌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 훈련부터 러닝과 식사 조절을 통해 꾸준히 살을 뺐다.

덕분에 현재 몸무게는 10㎏이 빠져 현역 시절과 비슷한 92㎏이다. 선 감독은 “허리띠 구멍이 2개나 줄어들었다. 허리 치수가 40인치에서 36인치로 줄었다”며 “과거 가장 많이 나갈 때보다는 16~17㎏이나 빠졌다”고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선 감독은 살을 뺀 방법도 세세하게 자랑했다. 경산 볼파크에서 1시간가량 러닝을 한 그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는 매일 10㎞씩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식사 습관도 바꿨다. 즐겨 먹는 육류를 줄이고 밥의 양도 줄여 탄수화물 섭취를 감소시켰다. 식사는 주로 야채와 생선 위주로 했다. 선 감독은 “식사 때마다 고기류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먹는 데는 슬럼프가 없는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선 감독은 서울로 이동한 6일 저녁 모처럼 가족과 외식을 했다. 그런데 아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고깃집엘 갔다. 선 감독은 “정말 딱 세 점만 쌈을 싸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더라”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용섭·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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