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이후 태국·인도네시아]1.태국인들 뼈깎는 고통분담

IMF의 구제금융은 정부.기업은 물론 가계에도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지난 8월 IMF로부터 긴급지원을 받고 있는 태국.인도네시아 경제는 최근 경제구조 조정과정에서 기업들의 무더기 도산과 대량 실업.물가 폭등등 총체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가 과연 어떻게 변모하고 있으며, 각 경제 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현지 르포를 통해 생생히 살펴본다.

11월27일 저녁 태국 방콕 국제공항 출입국 심사대 주변.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적거려야 할 환전소들이 썰렁하기만 하다.

창구 여직원 시리바트 보라베트 (26) 는 "바트화 폭락세가 계속되면서 관광객들이 돈을 바꾸지 않은채 입국하고 있어 환전소 고객은 대부분 출국자들" 이라며 "몇달전에 비하면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고 설명했다.

공항~호텔을 운행하는 택시기사 나타삭 프롱트락 (33) 은 8월까지만 해도 월급 2만바트 (약 58만원) 를 받는 부동산업체의 영업부장이었다.

콘도 건설.분양이 주업이었던 이 회사는 IMF의 은행 재무구조 개선 요구에 따라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일제히 중단하자 1개월만에 문을 닫아버려 그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의 현재 수입은 지난번 직장의 절반도 안되는 9천바트. 살림하던 아내까지 슈퍼마켓의 임시직으로 취직했지만 두사람의 수입에서 주택 임대료.자동차 할부금등을 빼고 나면 생활하기조차 빠듯하다고 말했다.

은행 돈줄이 죄어진 뒤 맨 먼저 부동산 관련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수만명의 실업자를 쏟아냈다.

태국 정부가 58개 부실 금융회사의 영업을 정지시키자 직원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대표적 호황 업종이었던 관광업계에도 도산.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태국인들이 경제난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8월16일. 정부가 IMF 긴급지원의 전제조건들을 맞추기 위해 부가세를 7%에서 10%로 올린 날이다.

극빈층이 80%가 넘는 태국 국민은 7월 이후 바트화의 평가절하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가세가 오른 뒤 각종 생필품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자 서민 생활은 곧바로 압박받기 시작했다.

8월초 80바트였던 5㎏짜리 쌀 한부대가 최근 1백바트까지 올랐고, 채소.음료수등도 덩달아 값이 치솟고 있다.

부가세 인상 발표 전날엔 생필품 사재기 때문에 주요 슈퍼마켓마다 쌀.국수등 식료품이 동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7월 ℓ당 9.8바트 정도였던 휘발유값이 이달들어 11.5바트로 20% 가까이 치솟자 할부로 자동차를 샀던 사람들이 앞다퉈 자동차를 팔려고 내놓으면서 방콕시내 랏차다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3년 된 벤츠 280의 중고가격이 최근 3백만바트 (약 8천만원) 까지 떨어졌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호가만 계속 내려가고 있다.

추안 리크파이 총리 취임후 물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지난 2개월간 소비자 물가는 평균 20%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최근 8년이래 최저수준으로 주저앉고 부동산 값이 폭락을 거듭하자 재테크 행태도 바뀌고 있다.

돈이 달러화와 금으로 몰리며 금값은 6월말보다 32%나 올랐고 달러화 예금이 늘어 재무상태가 튼실한 일부 은행들의 수신고는 거꾸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방콕은행의 한 직원은 전했다.

경제가 급랭하면서 거의 매일 기업인 자살과 강.절도등 강력범죄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해고.임금삭감등으로 인해 올들어 노동분규 건수는 지난 10년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방콕 = 임봉수 기자]

<태국 경제위기 주요일지>

▶5월중순 국제 투기자본 바트화 공략설

▶7월2일 관리변동환율제 채택

▶7월10일 달러당 30바트선 무너짐

▶8월초 IMF 긴급지원 요청

▶8월5일 부실 금융회사 폐쇄명령

▶8월16일 부가세 10%로 인상

▶8월20일 IMF, 1백72억달러 지원승인

▶10월13일 17개 대형 공사 연기

▶11월9일 추안 리크파이 새 총리 취임

▶11월18일 바트화 달러당 40바트 붕괴

▶11월25일 SET지수 400선 붕괴

▶11월25일 0%대 성장등 긴축안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