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휘발유값 리터당 9백23원 기습인상…주유소마다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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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8일 0시부터 휘발유 가격등이 전격 인상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27일 밤 전국의 주유소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유가 인상 시기가 앞당겨지자 운전자들과 난방용 기름을 사기 위한 주부등이 주유소로 몰려든 때문. 서울서대문구 사직주유소에는 오후6시쯤부터 승용차 수십대가 몰려들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 주유소 정연욱 (鄭然旭.37) 대표는 "갑자기 운전자들이 몰려 정신이 없다" 며 "학원에 가야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연장근무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강남구역삼동 서광주유소에도 평소보다 50% 정도 차량이 늘어났으며 난방용 기름을 사가려는 주부들이 줄을 이어 일찌감치 등유와 경유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집으로 퇴근한 후 휘발유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주유소를 찾은 회사원 김수미 (金秀美.25.여.서울중구정동) 씨는 "사흘을 앞당겨 인상한 것은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 라며 "유가완충자금은 어디에다 쓰는 거냐" 고 꼬집었다.

또한 기습인상이 발표되자 서울종로구필운동 P주유소등 일부 주유소는 문을 닫아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회사원 조병천 (趙炳千.30.서울서대문구연희동) 씨는 "주유소가 문을 닫아 휘발유를 넣지 못해 허둥대다 직장에서 5㎞나 떨어진 곳에서 휘발유를 넣었다" 고 불평했다.

이에 앞서 정유업체들은 28일 0시부터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종전보다 ℓ당 82원 (9.8%) 올려받겠다는 신고서를 27일 통상산업부에 일제히 제출했다.

ℓ당 9백23원으로 올린 것. 경유와 등유가격도 각각 83원이 오른 ℓ당 4백57원과 4백58원으로 인상됐다.

정유업체들이 유류가격을 일제히 같은 수준으로 올린 것은 지난 1월부터 실시된 유가자율화 이후 처음이다.

정유업체들은 당초 12월1일부터 가격을 인상키로 했었다.

정유업계는 "다음달 유류가격의 대폭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기름 사재기등으로 유류수급 혼란 상황이 우려돼 부득이 가격인상 시기를 앞당겼다" 고 해명했다.

업계는 유가산정의 기준이 되는 환율이 3개월전에 비해 달러당 평균 2백40원이 올라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상산업부 임육기 (林陸基) 석유심의관은 "환율상승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유가완충자금을 활용할 상황도 못된다" 고 말했다.

고윤희.홍병기.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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