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축구 썰렁한 관중석·사라진 함성…월드컵 열기는 거품이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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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그때의 환호는 어디로 갔는가.

천둥처럼 잠실벌을 뒤흔들던 요란함도, 스탠드를 온통 붉게 물들인 응원 물결도 벌써 추억의 한 페이지로 묻혔는가.

지난 1일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열기로 들끓은 그곳에서 관중들은 모두 한마음이 됐다.

그러나 지난 20일 개막된 제2회 FA (축구협회) 컵 대회는 그야말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선수들은 죽어라 뛰었지만 그때의 함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진출을 이룬 스타들이 오랜만에 소속팀으로 돌아와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마다 박진감이 넘쳤고 골풍년을 이뤘다.

지난해 1진들이 빠져 알맹이 없는 대회로 전락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만큼은 완연히 다르다.

그런데도 관중이 오기는 커녕 철저히 등을 돌렸다.

왜 이렇게 됐는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기시간과 관중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주말에 경기를 편성해야 하는데 평일 낮시간을 골랐다.

그러다 보니 경기당 평균 관중이 4백~5백명에 불과했다.

불경기에다 날씨마저 추운데 근무시간에 누가 경기장을 찾겠는가.

더 큰 문제는 관중들이▶스포츠를 스포츠에 국한 시키지 않고▶한.일전에서 보듯 국가위신등에 비중을 두고▶세계 최일류수준의 경기만 보려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티켓 전쟁' 을 치르면서 잠실벌을 가득 메웠던 관중들의 열정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한.일전, 그때의 함성과 축구열기는 '거품' 이었던 것이다.

거품 탓에 눈만 높아진 관중들, 스스로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협회의 안일함이 한국축구를 자꾸만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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