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금융위기 아시아 기업들 '발빠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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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융위기의 격랑이 몰아치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히 사업을 정리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유망업종을 중심으로 매출구조를 재편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매출규모가 연 70억달러에 이르는 태국의 CP그룹은 태국.중국 등지의 석유.가스개발사업을 정리하되 계열관계에 있는 유선방송사를 다른 방송사와 합병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CP그룹은 농산물 가공부터 부동산.통신.TV방송 분야까지 계열사를 거느린 태국 제1의 기업집단이다.

싱가포르 테크놀로지사는 지난해부터 1억2천만달러를 쏟아부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업이 기업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아래 이를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 싱가포르항공은 지난 24일 독일 루프트한자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는등 최근 빈사상태에 빠진 아시아 항공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바트화 하락으로 인해 대외 채무부담이 커진 태국 시중은행들도 외국인 지분한도 철폐조치에 발맞춰 외국 금융기관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태국의 7위 시중은행이었던 퍼스트방콕시티은행 (FBCB) 이 미 시티은행에 넘어간데 이어 샴시티은행이 10% 지분을 네덜란드 ING은행에 매각했으며 렘통은행도 40%의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면 미국.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독일의 유명 제약업체인 바이엘사는 향후 10년간 아시아지역에 23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미국의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사도 중국에 9천만달러를 투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홀리데이 인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홀리데이 호스피탤리티사는 앞으로 5년간 1억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하는등 아시아지역의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퀘스트사에 따르면 내년 아시아 컴퓨터시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16%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문에 미국의 컴팩.델 컴퓨터등은 이 지역에서 높은 매출 신장세를 자신하고 있다.

컴팩사의 아태담당 책임자 폴 찬은 "지금은 강한 자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 라며 "체질이 취약한 아시아 기업들을 완전히 제칠 수 있는 기회" 라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들은 특히 통화가치 하락으로 아시아지역의 임금.부동산값등이 낮아지고 기업인수.합병 (M&A) 시장에 나온 기업들을 과거보다 훨씬 값싸게 인수할 수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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