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태풍에 긴장·불안…한라중공업 비상경영 첫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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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남영암군삼호면 85만여평 부지에 들어선 한라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첫날인 26일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임직원들 모두 일자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망연자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항만 접안시설에 4만~10만여t급 선박 7척이 마무리 손질만을 앞두고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나 도크장의 근로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듯 삼삼오오 모여 희망퇴직.보상수준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 "내년에 선박 35척을 수주하는등 확보된 물량이 많아 설마했습니다.

" 조선부문 박웅기 (33.기전의장부) 씨는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도크장을 만들 당시부터 근무해 더욱 애착이 간다" 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패널조립식 건물로 외양을 갖춘 산업설비기계 공장은 텅 비어 더욱 썰렁한 분위기. 내년 완공예정인 선박엔진동과 발전용 보일러및 터빈동은 공정 40%에서 회사가 이번에 투자를 포기, 철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노조 일부 대의원들이 고용안정을 위한 비상집회를 시도, 관리직 사원들과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노조 대의원 20명은 감원 규모.월급 지급방안등과 관련, 인사부 사무실에 몰려가 사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사 노조는 27일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분위기에 휩싸여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노조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회사측과 협상을 벌이겠다" 며 "단체협약시 해고 3개월전에 통보해야 하는 만큼 당장 대량 감원은 있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관리직 사원들은 생산직 사원에 비해 더욱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회사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들. 회사 사원아파트 1천2백가구 입주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한 상태. 이 아파트 주민 김모 (32.여) 씨는 "회사가 어려워 아파트마저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며 "일부 주민들은 시위라도 벌이자는 분위기" 라고 말했다.

영암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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