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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전문대 이색학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정 (情) 때문에' 에서는 어머니와 재수생 딸의 심각한 갈등 양상이 전개된다.

반드시 대학에 입학시키고야 말겠다는 어머니의 강한 의지와 학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며 제빵학원에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딸의 맞부딪침이다.

드라마의 주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 대목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그 내용이 우리 사회의 부모와 자식간에 흔히 있을 법한 불협화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속에서는 재수생 딸이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려고 학원에 다니지만 충남의 한 전문대는 재작년 제과.제빵사 배출을 위한 '호텔제과제빵과' 를 신설했다.

제과.데커레이션의 실습 위주로 관련법규.재료학.경영학.호텔서비스 등을 교과목에 포함하는 이 학과는 졸업자 80% 이상의 취업이 가능해 신설되자마자 인기학과로 부상했다.

전문대에 이색학과들이 앞다퉈 신설되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 교육부가 전문대를 '정보사회의 전문인 양성을 위한 요람' 으로 만들겠다는 '전문대 학제개편안' 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제화 (製靴) 공업과.안경광학과.전통발효식품과.향장 (香粧) 공업과.여가시설관리과 같은 이색학과들에 지망학생들이 폭주하는 현상을 빚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 이색학과를 지망하는 기현상도 속출했다.

하지만그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전문대가 단지 직업교육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기계인간' 만 양산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같은 우려와 비판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일반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18세기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논지에 근거한다.

그는 '인간으로 하여금 몇개의 단순한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제한하는 노동의 분화 (分化) 는 인간을 단순히 산업과정상의 한 부속물로 만든다' 는 이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98학년도에도 신설 이색학과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귀금속디자인.컴퓨터게임.스포츠외교.코디네이션.경호 (警護) 행정.관광골프.모델.자동차건강 같은 학과들이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도 어렵고 취업하기는 더 어려운 우리네 사정을 감안하면 전문대의 그같은 기능을 깎아내리는 것은 말도 안될는지 모르지만 스미스의 이론이 앞으로 전문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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