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시간 2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우선의제로 오전 기조연설, 오후에 자유토론하는 순서로 4시간동안 진행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인류학 박물관에서 있은 오전 회의에서 의장국인 캐나다의 장 크레티앵 총리는 주제에 맞춰 금융위기 경험이 있는 인도네시아.멕시코.태국.한국측이 먼저 기조연설하도록 순서를 조정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여섯번째로 발언했다.
다음은 배석한 반기문 (潘基文)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한 각국 정상들의 발언 요지.
▷피델 라모스 필리핀대통령 = 아시아의 격변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다.
마닐라 재무차관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과 세계은행등 감시체제를 잘 활용하고 국제통화기금 (IMF)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총리 = 환투기꾼을 국제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가난해지면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가 무너지면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화폐는 상품과 성질이 다른데도 투기꾼들은 '상품' 처럼 돌리고 있다.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 = APEC 회원국들이 파트너십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선진국은 개도국이 보고 있는 피해를 심각히 고려해 공동안전 네크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추안 리크파이 태국총리 = IMF의 지원금융 조건을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대통령 = 멕시코는 동아시아보다 경제적으로 상황이 더 나빴다.
95년에 이자가 며칠사이 5배가 오를 정도였다.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金대통령 = 국제금융시장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G7국가인 미국.일본.캐나다가 아시아지역의 외환.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도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 = 일본에서 은행.증권사가 하나씩 문을 닫았다.
경제가 세계화함에 따라 투기를 규제하고 거시경제정책을 취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외환 거래상황을 IMF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 (각국 정상들이 금융.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지도력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데 대해) 하시모토 총리가 함께 한다면 지도력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유럽연합 (EU) 도 포함시켜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면 좋을 것같다.
▷장크레티앵 캐나다총리 = 유럽을 포함시키자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그렇지만 너무 크게 벌이는 것은 곤란하다.
APEC과 G7 국가들이 회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날 회의의 또 다른 관심사는 신규회원 가입문제였다.
가입 신청국은 베트남.페루.러시아 3개국이다.
이중 러시아에 대해서만 대부분이 소극적이었다.
일부 국가 정상은 "태평양 물만 만졌다고 다 들어오면 어떻게 되느냐" 고 반대했다.
반면 하시모토 총리가 찬성했고, 金대통령이 러시아의 가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클린턴 대통령도 "경제협력과 정치문제는 관련이 있다.
이라크사태 때도 보니까 러시아를 끌어들이는게 이득이다" 고 동의. 결국 3개국이 내년부터 회원국 자격을 얻었는데 앞으로 10년간은 일체의 신규가입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휴식시간때 金대통령은 클린턴 미대통령.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과 한자리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자리에 북한만 있으면 4자회담이 되겠다" 고 조크하기도 했다.
각국 정상및 지도자들은 정장을 벗고 캐나다에서 준비한 가죽 점퍼의 캐주얼한 모습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 가죽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생각으로 이런 의상을 준비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밴쿠버 = 박보균.김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