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부자 동네에 대여소 6개 … 골목마다 페달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세타가 야구는 2007년 3월 자전거 렌털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타가야구 제공]


2일 일본 도쿄의 오다큐(小田急)선 교도(經堂)역 앞 렌털 자전거 포트(주차장). 한국의 강남구에 비견되는 최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세타가야(世田谷)구가 운영하고 있는 자전거 대여 현장은 첫눈에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세타가야구는 2007년 3월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84만 명의 대규모 구민이 살고 있는 주택가 지역이어서 골목과 골목을 이어주는 교통이 잘 발달돼 있으나 길이 비좁아 크게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안도 다케오(安藤武男) 교통안전자전거과장은 “오래된 전통 도시여서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버스가 골목 구석구석을 찾아다닐 수 없는 점도 자전거 렌털 시스템을 도입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구내 6개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렌털 자전거 포트다. 이들 6개 포트에는 현재 1450대의 렌털 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2000엔을 내고 한 달 동안 6개 포트 어디서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한 달 계약을 하지 않아도 포트에서 전용카드를 구입해 돈을 충전하면 하루에 200엔을 내고 몇 번이나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세계 불황 이후 이용자가 몰리면서 현재 등록 대기자는 5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안도 과장은 “한 번 빌린 자전거를 집·사무실 등에 방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장 대여 기한을 5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타가야구의 자전거 교통 혁명은 구청의 집중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안도 과장은 “구민들이 2㎞ 이내 단거리를 이동하려면 택시·자가용은 물론 전철을 타기도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택시처럼 목적지에 도착한 뒤 세워놓으면 되는 렌털 포트를 착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 구내 3개 지역에선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추가로 3개의 포트를 만들었다. 그러자 주요 구역이 모두 자전거로 연결되게 됐다. 시행에 필요한 행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2007년에는 교통안전자전거과를 별도로 설치하고 담당 직원도 15명이나 배치하는 등 자전거 정책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일본 정부는 세타가야구의 방법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렌털 자전거 시스템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오쿠보 히로시(大久保博) 도로교통시설 담당관은 “올해 별도로 마련한 70억 엔의 도시교통시스템정비사업 재원 가운데 일부를 렌털 자전거 시스템 도입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세타가야구와 같은 지자체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