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로켓 제대로 가동 안 해 … 광명성 1호 실패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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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대포동 2호(북한은 ‘은하2호’라고 주장)는 실패했다. 한·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11시30분15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뒤 4시간 8분쯤 지나서 “은하 2호에 탑재된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발사 9분 2초 만에 광명성 2호가 궤도에 정확히 진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언론들은 “우리(북한)의 지혜와 기술로 개발한 운반 로켓과 인공위성은 자랑찬 결실”이라고까지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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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발표는 얼마 가지 못해 의해 뒤집혔다.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에 참석한 이상희 국방장관은 “인공위성을 시도했으나 궤도에 진입 못하고 실패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방어를 총괄하는 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1단 로켓은 동해에, 나머지(2, 3단 로켓)는 본체와 함께 태평양에 떨어졌다”며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했다. 2단과 3단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은 1단 로켓의 추진력으로 급상승했다. 1단 로켓은 동해 상공에서 분리돼 7분 뒤 무수단리에서 500㎞ 떨어진 동해상에 떨어졌다. 이어 동해상에서 점화된 2단 로켓은 장거리 로켓을 가속시킨 뒤 2700km 정도를 더 날아가다 일본 동쪽 해안에서 약 2100㎞ 떨어진 지점에 3단 로켓과 함께 떨어졌다.

무수단리에서는 약 3200㎞ 떨어진 지점이다. 북한 장거리 로켓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3단 로켓과 본체가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태평양에 추락한 것이다.

북한이 실패한 주된 원인은 3단 로켓의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 대포동 2호는 2단 로켓으로 충분히 날아간 뒤 다시 3단 로켓으로 점화해야 한다. 3단 로켓은 위성체인 광명성 2호를 지구 궤도를 향해 가속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3단 로켓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광명성 1호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당시에도 3단 로켓의 문제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2단 로켓이 3단 로켓과 공중 분리되지 않았거나 3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은 것이다. 2단 로켓이 공중 분리되지 않으면 3단 로켓에 점화가 이뤄져도 예상했던 궤도를 비행할 수 없게 된다.

초기 비행에 중요한 1, 2단 로켓이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일 수 있다. 이날 발사된 대포동 2호의 1단 로켓이 떨어진 지점은 북한이 지난 3월 12일 미리 통보했던 곳에 훨씬 못 미쳤다. 북한이 예상한 낙하 위치보다 150㎞이나 적게 날아갔다. 대포동 2호가 이처럼 충분한 추진력을 얻지 못한 것은 북한의 조심성 때문으로 보인다. 2006년 미사일 발사 때도 무수단리 발사장을 떠난 지 40초 만에 요동을 치면서 동해안에 추락했었다.

신성택 미 몬트레이 국제대학교 교수는 “북한 대포동 2호의 추진 로켓 엔진은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006년 발사 때는 고압의 액체 추진제를 연료튜브로 과다하게 주입해 태우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에 개량한 대포동 2호는 비행 중 폭발을 우려해 연료를 적게 공급하는 바람에 속도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대포동 2호가 지구 궤도를 돌 수 있는 초속 7.9㎞를 내지 못했고 2단과 3단의 공중 분리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실패함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은 아직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98년과 2006년에 비해 훨씬 사거리가 길고 안정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술만큼은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선승혜 기자

40여 초

2006년 7월 5일 무수단리 발사기지에서 쐈던 대포동2호 미사일이 발사 후 날아가다 궤도를 이탈했던 추정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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