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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동맥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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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대동맥류는 자칫하면 터지기 쉬운데 터진 경우, 환자의 70~80%는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한다. 주된 환자는 주로 65세 이상 할아버지들이다. 실제 노인의 6~9%에서 대동맥류가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3~5배쯤 많다. 흡연·고지방 식사·비만 등도 이 병의 발생률을 높이는 위험요인이다. 대동맥류가 생기는 곳은 주로 복부 근처. 환자 네 명 중 세 명이 복부 대동맥일 정도인데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 병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혈관을 통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전남련씨가 시술 다음 날 병실에서 회진 온 안혁 교수를 만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혈관에 스텐트가 장착된 모습.


증상 없어 초음파 검진이 유용=대동맥류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웬만큼 커지기 전에는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다른 병 때문에 우연히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다 발견된다. 전 전대통령도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해 치료를 받았다. 크기가 클 땐 소화불량이나 통증 같은 증상도 나타나고 배에 혹 같은 게 만져지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안혁 교수는 “대동맥류는 커질수록 점점 빨리 자라 터질 가능성이 고조된다”며, 조기 발견·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진단은 CT나 초음파 검사는 물론 혈관 내부까지 볼 수 있는 3차원 영상술 등으로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남성 흡연자 혹은 고혈압 환자는 건강검진 차원에서 복부초음파 검사로 대동맥류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안전하다.

치료는 발견 즉시 시작해야=일단 대동맥류가 확인되면 하루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일 크기가 아주 작을 땐 고혈압 치료제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매년 얼마나 커지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지름이 5㎝ 이상, 자라는 속도가 매년 1㎝ 이상일 땐 수술을 받는 게 안전하다. 수술은 개복 후 문제의 대동맥류를 절제한 뒤 인조혈관으로 교체해 주는 방법이다.

최근엔 허벅지 동맥에 지름이 7~8㎜인 관을 삽입, 혈액순환에서 동맥류를 차단하는 스텐트 시술이 좋은 치료법으로 대두됐다. 안 교수는 “노인이나 전신마취가 힘든 지병 있는 환자가 대상”이라고 밝힌다.

스텐트 시술은 수술보다 출혈도 적고, 입원·회복기간이 모두 짧다. 흉터도 거의 없다. 하지만 동맥 벽에 석회화가 심하거나 동맥류가 꼬불꼬불한 경우 등 시술이 불가능한 환자가 적지 않다.

10년 전부터 뱃속에서 혈관이 뛰는 것을 감지한 전남련(79)씨는 스텐트 시술의 좋은 예다. 그는 해마다 박동이 커지는 것을 알았지만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다 지난해 봄, 심장혈관에 문제가 있어 치료를 받다가 지름이 정상의 약 3배인 5.8㎝ 크기의 복부 대동맥류를 발견했다.

전씨는 심장병·당뇨병·고혈압 등 동반질환이 있는 데다 79세의 고령이다. 전신마취 하에서 5~6시간 걸리는 수술을 견디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치하다간 동맥류가 터져 언제라도 즉사할 수 있다. 다행히 그는 지난달 그물망이 있는 인조 혈관을 삽입하는 스텐트 시술을 받고 결과가 좋아져 3일 만에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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