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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갈라서는 협의이혼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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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의사(33)와 지난해 말 결혼한 명문대 출신 은행원 이모(31)씨.

이씨는 성격 차이 등을 이유로 남편과 신혼 여행지에서부터 다투기 시작해 혼수 문제, 가사일 분담 등을 두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다 올 초 3개월 만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법원에서 이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 법원은 이혼신고서.호적등본 등을 들춰보고 두 사람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곧바로 이혼을 처리해 줬다. 지난해 이들처럼 '간단한' 협의이혼을 통해 갈라선 부부는 무려 14만여쌍에 달했다.

현행 협의이혼 제도가 이혼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를 개선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숙려(熟慮) 기간 도입=부인이 집안 일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을 참지 못한 남편 최모(35)씨는 결혼 5년 만인 지난 4월 서울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부인(35)은 "잘못했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돌아선 최씨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의 가사조정위원은 "사소한 문제로 이혼을 할 수 있느냐"며 최씨를 설득했다. 고민을 거듭한 최씨는 결국 부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대전지법 이동연 판사는 28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가사사건 처리 개선방안'이라는 글에서 "재판상 이혼과 협의이혼을 일원화해 이혼 전 반드시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이혼 전 상담 의무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은 뒤 이혼이 불가피하다는 인증서를 받아야 이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법무부도 지난 17일 '가족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를 만들고 무분별한 '충동 이혼'을 줄이기 위해 유예기간과 상담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행복추구권 침해 반론=숙려 기간 도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대전지법 논산지원 유재복 판사는 28일 "이혼 숙려 기간을 도입하더라도, 정이 떨어진 부부에게 이중의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판사가 일부 사건만 선별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서울가정법원은 다음달 5일 판사와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가사소년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 이혼 숙려 기간 도입 여부 등 이혼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가정법원 김선종 수석부장판사는 "위원회에서는 재판이혼과 협의이혼 제도를 합치는 방안 등 현행 이혼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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