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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첩사건]이한영씨 피살사건(2)…테러전문 '순호조'가 사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2월15일 경기도성남시분당구서현동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발생한 이한영 (李韓永.사진) 씨 피살사건이 9개월여만에 남파 간첩의 소행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안기부는 20일 부부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면서 李씨가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테러전문 요원인 최순호와 성명 미상의 20대 남자등 2명으로 구성된 특수공작조 '순호조' 에 의해 피살된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순호조는 북한에 귀환한 후 영웅칭호를 받고 다시 남파될 것에 대비, 얼굴 성형수술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부부간첩 최정남 일행이 남파전 공작지도부로부터 "대상자 접촉시 특수조가 이미 심부름센터를 이용한 것이 (李씨의 주소를 알아낸 것이) 탄로 났으므로 이번엔 심부름센터를 이용하지 말라" 고 지시받은 사실을 그 증거로 들고 있다.

안기부는 또 부부간첩이 남파 직전 "李씨를 살해한 특수공작조가 귀환 전 신림동 드보크에 묻어둔 공작장비를 발굴해 사용하라" 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 드보크에서 독침 10개가 들어 있는 분당 H외국어학원 편지봉투와 사건발생 20여일 전인 1월20일 발행된 생활정보지에 싸인 무전기를 발견했다는 것. 그러나 李씨 사건과 관련해 공작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언제, 어떻게 귀환했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남파간첩의 범행이라면 귀순자에 대한 허술한 신변보호와 보안에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수사본부는 사건발생후 줄곧 간첩에 의한 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명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한영씨 사건이 간첩단 사건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마무리됐지만 황장엽 (黃長燁) 씨등을 비롯한 북한 이탈자에 대한 신변보호가 다시 과제로 남게 됐다.

한편 피살당한 李씨의 전부인 金종은 (29) 씨와 딸 예인 (7) 양 모녀는 장례를 치른 후 친정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전화번호까지 바꾸는등 외부와 연락을 끊고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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