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도 ‘빵’ 터뜨리는 ‘강의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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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아, 요즘 애들은 도대체 왜 그럽니까?”

이렇게 말하며 세대차이를 호소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또래 앞에서는 달변가인데 젊은 세대 앞에 서면 작아지는 기성세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강연이 있다.

강의가 아니라 한 편의 쇼 같다. 최민수, 김흥국 성대모사는 기본, 노래와 몸 개그도 있다.

‘원맨쇼’의 주인공은 이문규(50) 연세대 경영대 교수. 이 교수는 매주 ‘개그 콘서트’ ‘웃찾사’ 등 개그 프로그램을 꾸준히 본다. 요즘 인기 있는 TV CF나 영화, 드라마도 놓치지 않는다. 쉬는 시간마다 최신 팝송을 틀어주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직접 운영한다. 1촌 신청하는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도토리’를 나눠준다. “개그도 계속하면 식상해 하니까 매 학기 마다 새로운 실험을 해야만 하죠. 이번 학기의 ‘미끼 상품’은 영화입니다. 영화 속 장면들을 마케팅과 접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가 강의 코드로 ‘웃음’을 선택하게 된 것은 세대차이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20~30대인데 저는 50대잖아요. 수십 년의 차이를 어떻게 뛰어넘을 지 고민해야죠. 제일 중요한 건 초반에 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겁니다. 강의도 커뮤니케이션이니까요.”

덕분에 그는 강의평가에서 늘 상위권에 든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우수강의 교수상’도 받았다.

요즘 교수들은 학생들의 강의평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교수에게도 학생을 고객처럼 모시는 ‘고객 중심’의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이문규 교수는 이에 대한 깨달음에서 다른 사람보다 앞섰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시카고의 조그만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학생들은 손에 ‘블루 북’이라는 강의평가 노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각 교수 이름 옆에는 지난 학기 강의점수가 적혀 있었다. 말하자면 ‘강의 쇼핑북’인 셈이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러다 제가 선택한 게 바로 ‘스탠딩 코미디’입니다. 제일 어려운 장르죠. 청중의 문화와 코드를 모르면 절대 웃길 수 없거든요.”

그는 웃기는 강의가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같은 인터넷 정보화 시대에 지식 전달만 목표로 한다면 교수라는 직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어떤 지식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떤 꿈을 갖고 살아야 할지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웃고 웃기면서 학생들과 교감하고, 그런 교감을 바탕으로 제가 학생들의 진로상담도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문규 교수의 웃음이 그저 웃기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임성은 이코노미스트 기자

* 상세한 내용은 6일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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