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달러 사채얻기' 나섰다…외화차입 끊기자 장외로 내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극심한 외화자금난을 겪고 있는 종금사들이 장외 (場外)에서 웃돈을 주고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달러사채 (私債) 를 끌어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난에 몰린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못 빌리고 사채시장에 내몰린 것이나 다름없는 현상이 종금사들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0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종금사들이 기업에 원화를 맡기고 이를 달러화로 맞바꾼 뒤 일정 기간 후 미리 정한 금리와 환율을 적용해 되갚는 스왑 (swap) 거래 규모가 19일 현재 20억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종금사들은 국내외에서 외화차입이 거의 끊긴데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은행들로부터 달러화 거래를 거부당하고 있어 대기업으로부터 비싸게라도 달러화를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종금사 - 기업간의 장외 직거래는 가뜩이나 달러화가 모자라는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을 더욱 줄여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금사들은 기업으로부터 1~7일 정도 달러화를 빌려 쓰면서 1년짜리 외화정기예금 금리 (연5. 5%수준) 보다 훨씬 높은 연 8~9%의 이자를 프리미엄으로 얹어주고 있다.

또 환율은 종금사와 기업이 각각 협상해 정하는데, 대개 빌리는 날의 외환시장 기준환율보다 적어도 15~20%이상 높게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S종금 국제금융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제기능을 못해 할 수 없이 스왑거래를 하고 있으며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며 "수지 (收支)에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 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대기업들은 외화예금을 줄이지 않거나 여유자금을 종금사를 상대로 굴려 막대한 환차익및 이자수입을 얻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거주자외화예금으로 50억달러▶종금사 스왑용으로 20억달러▶여유자금으로 10억~20억달러등 모두 80억~90억달러를 추가 환율상승에 대비해 시장에 풀지 않고 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20일 환율폭등으로 하루사이 8천3백억~9천3백억원의 환차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