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대책·경제팀 경질 각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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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일 발표예정이었던 정부의 금융시장 대책은 뜻밖의 경제팀 경질로 발표시기도 엎치락뒤치락 끝에 당초 계획대로 발표됐다.

재경원 실무자들은 신임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이미 마련된 금융시장 대책을 검토하고 일부 보완할 것임을 전제로, 빨라야 20일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언론사에 공식 통보까지 했었다.

그러나 林부총리는 오후 1시쯤 청와대에서 발령장을 받고 돌아오자마자 금융시장현황및 안정대책 검토에 착수했고 이어 예정대로 이날 오후 5시에 시장대책을 발표키로 전격 결정. 林부총리는 "국내외 시장은 한시가 바쁜데 정부가 또 늦출 수는 없다" 고 말했다는 것.

…강경식 (姜慶植) 전 부총리는 19일 오전 청와대로부터 사표수리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본인으로서는 사표를 내긴 했으나 설마 경질당할 것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8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오후 발표예정이었던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보고한뒤 사표를 제출했고, 金대통령은 "수고했다" 며 사표를 수리. 재경원 관계자들은 "姜 전부총리가 대통령께 금융대책을 보고하는 걸 보고 사표가 반려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통보가 왔다" 고 상황을 설명.

…재경원및 청와대 소식통들은 강경식 - 김인호 라인의 경질과 관련, 금융개혁법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한묶음 (패키지) 으로 처리하려했던 이들의 '위험한 도박' 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평가.

소식통들은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는데도 대책을 금융개혁법 통과에 연계하려 할때부터 책임론이 확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언. 특히 이번 정책에 포함된 환율변동폭의 대폭 확대방안은 그동안 한국은행측이 강력히 주장했고,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동조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재경원측이 끝까지 반대하는 바람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번 개각에 대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바람직하다" 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당면한 금융.외환위기를 조속히 해결키 위해선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그동안 민간경제계가 주장해온 사안들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 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대책으로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을 찾기를 기대한다" 고 한뒤 "다만 정부대책만으로는 외환위기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며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등을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은 환영하나 이번 대책에서 빠진 현금차관의 허용, 무역금융 확대, 외국인투자자금 이탈 방지책이 보완돼야 한다" 고 강조.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벼랑끝에 몰린 금융시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면서도 당장 눈앞에 닥쳐온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대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 S종금의 임원진들은 예금자보호조치에 대해서는 안도하면서도 현재상황으론 외화부족분을 연말까지 자력으로 메울 방법이 없다며 외환영업을 중지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은행간 인수.합병 (M&A) 이 현실로 다가왔다" 며 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부실채권의 정리에 시간이 걸리고 은행들의 자산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간 짝짓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이영렬.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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