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사립대 정상화는 뒷전 … 분쟁 더 키우는 분쟁조정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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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2년간 학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광운대가 또다시 임시이사 체제에 놓이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2일 광운대에 임시이사를 재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지대·세종대·조선대 3개 대학은 결정이 유보됐다.

사분위는 분규 대학의 임시이사 선임·해임과 정이사 파견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사학법에 따라 2007년 말 출범했다. 사분위는 교수·변호사·민간 경제연구소장 등으로 구성된 7명의 광운대 임시이사의 임기를 6개월로 정했다. 6개월짜리 임시이사가 파견되는 것은 처음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3일 “지난해 6월 30일 이후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광운대의 이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 ”라 고 밝혔다.

3개 대학도 임시이사 체제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대학은 “정상화된 학교에 임시이사를 다시 파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운대 측은 “6개월짜리 비정상적인 임시이사를 다시 가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학 정상화 왜 안 되나=학내 분규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곳은 14곳이다. 광운대·상지대·조선대·세종대 네 곳은 지난해 6월 말 임기가 끝나 공석 중이다. 조선대와 영남대는 20년 이상, 광운대·대구대·상지대는 10년 이상 정상화가 안 되고 있다.

대학들은 정상화 준비가 됐는데 사분위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조선대는 1일 21년 만에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해 “임시이사 파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분위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 성향 위원 간 충돌이 심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진보 성향의 위원들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정이사를 파견하려고 하면, 다른 위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등 사분위 회의가 공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사분위의 한 위원은 “진보 성향 위원들은 구 재단 인사들이 학교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분위는 파행 운영을 거듭했다.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 대법원장이 5명을 추천해 총 11명으로 구성된 사분위는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5명으로 구성됐다. 두 진영 간 충돌로 위원장 사퇴와 재임명 사태가 벌어져 대학 정상화 심의도 미뤄졌다. 정권의 ‘사학 길들이기용’ 위원회라는 비판도 나온다. 절대 중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사분위가 분규 대학을 정상화하는 목적을 등한시한 채 지나친 간섭과 의견 충돌로 학내 분쟁을 촉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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