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체육단체도 불황 몸살…기업 후원예산 축소 시민성금 끊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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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히말라야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고된 훈련을 견뎌왔는데 지원금이 끊겨 못간다니 또 한번 실명 (失明) 한 심정입니다. " 시각장애인 오현묵 (吳賢默.28.포항공대대학원 휴학) 씨는 보름째 풀어보지 못하고 방 한쪽에 놓여있는 등산배낭을 바라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10월말 김포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시각장애인복지회 히말라야원정대 (9명)가 후원을 약속했던 기업들의 갑작스런 지원취소로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지난 4월부터 K그룹과 D중소기업으로부터 2억여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시작돼 최근 두달간 암벽등반등 훈련까지 마친 상태다.

불황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후원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복지.체육단체들이 기업들의 복지.문화예산 감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어린이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는 한국심장재단 황영옥 (黃永玉.46) 총무과장은 "여직원회등을 통해 월평균 1백여만원씩 보내오던 기업후원이 하반기 들어 뚝 끊겼다" 며 "지난해 2억원을 지원했던 한 은행도 올해는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연락해왔다" 고 말했다.

체육단체들도 불황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지난 10년동안 기아그룹의 지원을 받아오던 사이클협회는 최근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매년 개최하던 엄복동배 사이클대회를 격년제로 개최하고 각종 대회를 이틀 이내에 끝내기로 했다.

유도협회도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아오던 D그룹회장이 기업 사정을 이유로 연임을 고사, 내년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소건설업체 회장이 이끌고 있는 씨름협회도 총 예산 7억7천만원 가운데 기업 후원금이 회장단 후원금 1억2천만원에 불과해 내년 예산을 15%정도 줄일 계획이다.

나현철.최익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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