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고 3조 돌파땐 좋았는데…] '종합자산관리' 고객 줄어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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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대일 맞춤형 자산관리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랩어카운트'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첫 선을 보인 뒤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몰렸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자 고객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줄어드는 수탁고=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의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 5~6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첫 상품 출시 이후 8개월 가까이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고객들의 계약해지와 환매요구가 거세진 탓이다. 특히 주식투자 비중이 큰 상품은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신규 가입에 관한 문의전화도 거의 오지 않고 있고, 주가가 급락하면 고객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며 "건교부의 정책자금을 제외하면 랩어카운트 수탁고는 3개월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랩 상품 판매에 대한 수익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탁고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20여개의 증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살깎아먹기 식의 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챙기는 판매 수수료는 약 2~3%정도로 4000억원 정도의 랩상품을 판매할 때 100억원 정도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광고비와 신규 시스템 도입 비용 등을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쥐이는 수익은 많지 않다. 대우증권 손복조 사장은 최근 "랩상품을 1조원어치 가량 팔아도 증권사가 얻는 수익은 20억원에 불과하고 손실 위험도 크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신상품으로 고객 붙들기=증권사들은 떠나는 고객을 잡기 위해 새로운 랩상품을 선보이는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LG투자증권은 선물옵션 전용 랩인 '스윙플러스'를 선보였다. 현물에는 투자하지 않고 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한 선물 투자로 시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보자는 취지다. 대우증권은 보험 성격을 가미한 정기 적립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고, 삼성증권은 '국공채 랩'을 새롭게 추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권사의 노력이 랩어카운트를 떠난 고객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즘처럼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랩어카운트가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형이나 국공채랩과 같은 비(非)주식형 랩상품은 은행권 상품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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