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협회,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첫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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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혼부부 나무 심기 운동을 20년째 벌이고 있다. 이런 친환경경영 등으로 인해 이 회사는 ‘존경받는 기업’4위로 선정됐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올해의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4년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로 뽑혔다. 한국능률협회(회장 송인상)는 28일 '2004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능률협회가 이런 조사를 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매년 정례적으로 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를 위한 설문에 참여한 사람은 기업체 간부 3894명, 일반 소비자 3043명, 증권사 애널리스트 126명 등 모두 7063명이었다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능률협회는 29일 오후 강영훈 전 국무총리,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송병락 서울대 교수 등을 초청한 가운데 존경받는 기업.경영자를 위한 축하 리셉션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다.

◆어느 기업이 선정됐나=삼성전자가 단연 1등으로 조사됐다. 능률협회가 조사대상으로 삼았던 혁신능력.직원가치.주주가치.고객가치.사회공헌.기업이미지의 6개 부문에서 모두 '상위 5위권'에 들어간 유일한 기업이었다. 이 중 혁신능력.주주가치.고객가치.기업이미지 등 4개 부문에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들도 대부분 '존경받는 30대 기업'에 선정됐다. 포스코(3위).현대자동차(5위).LG전자(7위).삼성SDI(8위).LG화학(14위) 등은 규모가 크고, 경영성과와 경쟁력이 좋으면서도 사회공헌과 고객만족 활동을 열심히 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통신업체 3인방인 SK텔레콤(9위).KTF(12위).KT(23위)와 은행업계를 선도하는 국민은행(15위).하나은행(21위).신한은행(27위), 보험업계의 삼성생명(11위).교보생명(28위) 등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또 남양유업(13위).신도리코(16위).농심(24위).태평양(30위) 등 자기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도 순위에 올랐다.

덩치는 작으나 지도력과 혁신성을 인정받는 기업도 선정됐다. 안철수연구소(6위).풀무원(10위).다음커뮤니케이션(17위).미래산업(20위) 등은 오히려 덩치 큰 다른 많은 기업보다도 상위 순위에 포진했다. 또 기업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사회공헌 활동을 매우 활발히 벌이고 직원의 복리후생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유한양행(2위).유한킴벌리(4위)는 최상위권에 들어갔다.

이들은 6개 평가분야에서도 톱 5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가치와 사회공헌 부문에선 유한킴벌리와 유한양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혁신성에선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레인콤(MP3플레이어 제조업체).안철수연구소.NHN.다음커뮤니케이션 등 4개 업체가 다른 대기업들을 제치고 2~5위에 선정됐다. 남양유업은 주주가치, 미래산업은 직원가치, 풀무원은 사회가치 부문에서 각각 톱 5 기업으로 뽑혔다. 대기업 중에선 삼성SDI가 주주가치.고객가치.기업이미지 등 3개 부문에서, 포스코는 주주가치에서 톱 5 기업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10대 경영자'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로 이어졌다. 기업체 간부진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소비자 등 세 계층별로 각각 진행된 조사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모두 1위로 나타났다. 또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LG 구본무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포스코 이구택 회장, 태평양 서경배 회장 등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왜 존경받는 기업인가=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은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면 사내 정보시스템에 띄운다.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를 전 직원이 알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결한 뒤에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처리 방법도 저장해 놓는다. 복사기와 팩스 등을 생산하는 신도리코의 충남 아산공장은 휴양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휴일이면 가족들이 오히려 쉬기 위해 '일터'를 찾아온다.

LG전자는 대기오염 측정치나 폐수오염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라인을 멈추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이익'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환경경영이나 사회공헌.고객만족 등 '이익'과 거리가 먼 활동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사회 분위기가 바뀐 때문도 있지만 기업들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이와 관련, 능률협회 이립 팀장은 "크고 강한 회사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상이며, 그래야만 기업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조동성(서울대) 교수는 "500억원 매출에 10억원의 이익을 올리면서도 국민에게서 경멸과 비난을 받는 기업과, 같은 매출액에 5억원의 이익밖에 못 냈지만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 중 어느 회사가 더 좋은 기업인가"라고 반문한다. 김기찬(가톨릭대) 교수는 "사회 책임 경영, 국민의 존경을 받는 경영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존경받는 기업은 경영성과도 탁월하다고 능률협회 측은 밝혔다. '존경받는 30대 기업'의 경우 최근 3년간 주가상승률이 88%로 종합주가지수 평균상승률(31%)의 약 세배나 됐다고 한다. 또 존경받는 3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11.7%)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평균이익률(6.8%)의 약 두배며, 자기자본비율(54.6%)도 1000대 기업 평균(35.4%)보다 훨씬 높아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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