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개심 없는 군대' 이종석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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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개심을 고취하는 것만으로 병사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현대전에 어울리지 않는다.적개심보다는 국가에 대한 자존심과 애정을 고취시키는게 중요하다."

지난 19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군 장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특강의 일부 내용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특강 직후 군 일각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데 이어 28일엔 한나라당이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한나라당은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 차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터여서 그의 발언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컸다.

한나라당 박근혜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며 "(NSC) 책임자가 장병들에게 북에 대해 적개심을 갖지 않도록 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은 "이 차장은 마땅히 경질돼야 하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전여옥 대변인도 "이 차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라"고 했다.그는 "적이 없는 군대,적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군인을 만들라고 주문한 이 차장 발언의 진의가 궁금하다"며 "과연 조국에 대한 자긍심만으로 국방과 안보가 해결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NSC는 해명하기에 바빴다.이지현 대변인은 "이 차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우와 같이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수록 강한 군대라는 것을 강조해 얘기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이 차장은 강연 당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에 대한 자긍심만으로 대적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는 한 장성의 질문을 받고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일뿐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것같지는 않다.여야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때 외교안보 라인의 총 책임자인 이 차장에 대한 증인 채택에 사실상 의견 일치를 본 상태다.특히 한나라당은 "김씨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무능은 기강해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국정조사가 실시되면 한나라당은 이 차장을 상대로 총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정민.채병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