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친환경 가전, 국내 넘어 큰 물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같은 친환경 가전시장은 한국이 이미 선진국입니다. 한국에서 업계 1위를 구축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해외 시장을 평정하겠습니다.”

웅진코웨이 홍준기(51·사진) 사장의 시선과 관심은 바다 너머에 가 있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가전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미국에선 공기청정기나 비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 대신 큰 물에서 뛰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시절 멕시코와 스페인, 헝가리 등의 해외법인을 거친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판매 법인장으로 있던 홍 사장은 웅진코웨이 CEO로 자리를 옮긴 지 4개월 후인 200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해외사업본부장을 뽑고 직원도 보강했다. 현재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의 80%가 입사 2년이 안 될 정도로 조직이 젊다. 그 결과 미미하던 해외사업 매출은 3년 만에 12배로 늘었다. 지난해 약 440억원 정도였던 수출액을 올해는 800억원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조3100억원 정도였다. 홍 사장은 “지금은 압도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해외시장이 회사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사장의 이런 계산에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뒷받침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70%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닌 자가 브랜드로 이뤄지고 있다. OEM 수출도 활발하다. 유명 글로벌 가전 업체 4곳에 공기청정기를 OEM으로 납품하고 있다.

홍 사장은 “글로벌 대기업이 모든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같은 전문가전업체의 설 자리는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거대 기업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기보다는 믿을 만한 중견 제조업체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의뢰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등만 담당하는 개발인력이 240명”이라며 “적어도 이 같은 분야에서만은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과 기술력을 지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가전시장은 이미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다는 것이 홍 사장의 설명이다. 정수기 시장의 내수 규모는 일본보다 더 크다. 일본 가정의 정수기 보급률이 한국보다 높지만,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수도꼭지에 끼우는 소형 정수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판매 대수 40만~50만 대로 일본과 비슷한 규모다. 웅진은 이 중 3만~3만5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홍 사장은 “일단 웅진코웨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알려놓고 시장이 커지길 기다리겠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하면 적(대기업)과도 동침(OEM)하고, 적당할 땐 헤어지기도 하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기업정보 바로가기]

웅진코웨이(주) 기업정보 보기
삼성전자(주) 기업정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