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single life] 내 남친이 고양이에 빠졌어요, 대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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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대학생 조영상씨와 그의 고양이 ‘쿠모’.

“도도하고 우아하며 요염한 자태로 얌전히 사람 곁을 지켜주는 고양이는 요즘 최고의 인기 애완동물이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애완동물가정의로 알려진 수의사 마티 베커의 말이다. 이처럼 최근 고양이 키우는 재미에 빠진 이의 수가 늘고 있다.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도도하고 독립적인 고양이의 매력에 싱글 남성들도 푹 빠져버렸다.

혼자 용변 가리는 깔끔이

인천시 서구청에서 공익근무 요원으로 복무 중인 최강산(23)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안 블루 ‘씽씽이’를 키운다. 그 무렵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 계기가 됐다. 적적한 마음에 고양이를 키우기로 한 것. 강아지·이구아나·풍뎅이 등도 키워봤다는 최씨는 “고양이는 짖지 않고 스스로 용변을 가려 키우기 편하다. 무엇보다 도도한 점이 최대 매력”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다음의 ‘냥이네’, 싸이월드의 ‘괴수 고양이’ 등 고양이 관련 인기 카페에서는 최씨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싱글 남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서 고양이용품 전문 매장 ‘프레야 키튼’을 운영하는 최인규(42) 사장은 “5년 전에 손님 10명 중 1명이 남자 손님이었다면 최근엔 10명 중 3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기 원하는 싱글 남성 수가 는 데에는 고양이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중구 묵정동에서 애견용품점을 운영하는 장진(44) 사장은 “5년 전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고양이 물품은 5%에 불과했다. 지금은 30%를 차지할 만큼 고객의 요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티 베커는 애완 고양이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로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우리의 바쁜 생활양식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끔씩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기만 하면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잘 적응하고, 짧게라도 주인이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 주면 행복해 하는 게 고양이의 특성이라는 얘기다.

도도하고 우아하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싱글 남성들이 외로움 때문에 고양이를 많이 찾습니다. 이들은 사회에 막 뛰어들어 컴퓨터 모니터와 하루 종일 씨름하며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지요. 그런 상황에서 애완동물을 찾게 되고. 이때 비교적 손이 덜 가는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 아닐까요.”

장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싱글 남성들은 외로움이 이유라고 답했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남성의 생활습성상 애완동물에 많은 관심을 쏟을 자신은 없다고도 말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털을 다듬고 씻어 자주 목욕시킬 필요가 없고, 조금만 가르치면 용변도 스스로 해결하는 고양이는 싱글 남성에게 후한 점수를 얻기에 충분하다.

자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는 부담도 적다. 장난감을 주면 혼자서도 곧잘 논다. 자립적이기는 하나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교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강아지처럼 주인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애교도 부린다. 영국 동물행동연구소의 그웬 베일리 소장은 “고양이는 매우 독립적인 성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적”이라고 분석했다. 도도한 모습으로 주인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도 고양이의 매력 중 하나다. 최강산씨는 “혼을 내면 한동안 삐쳐 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혼낼 땐 분무기로 물 뿌려라

그렇다고 고양이가 한없이 키우기 쉬운 동물은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는 싱글 남성도 많다.

“예전에 진돗개를 키울 땐 잘못하면 때려서 말을 듣게 했습니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를 키우면서 대소변 실수를 한 것을 두고 살짝 치며 소리쳤더니 그 뒤로 당분간 저한테 오지 않고 숨어버리더군요.”

대학생 조영상(24)씨의 경험담이다. 고양이가 실수를 했을 땐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세심한 여자 같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좋아하는 고양이 때문에 부모님이 아끼는 크리스털 컵을 5개나 깨뜨리게 됐다는 사람,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갸르릉’ 소리를 듣고 놀라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었다는 사람도 있다. 또 호기심 강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 때문에 자주 장난감을 바꿔야 해 부담스럽다는 주인도 있었다. 대학생 김경욱(22)씨는 “발톱이 자라면서 가려워서인지 벽과 침대 매트리스를 마구 긁어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키우기 쉬운 동물’로만 생각하고 고양이를 쉽게 집에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충분한 준비를 하고 맞이하는 고양이는 싱글 남성에게 그 어떤 애완동물보다 멋진 친구가 돼줄 것이다.

글=송지혜·김효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고양이 관련 카페·클럽

ㆍ네이버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http://cafe.naver.com/ilovecat.cafe

ㆍ다음 ‘냥이네’
http://cafe.daum.net/kitten

ㆍ싸이월드 ‘괴수 고양이’
http://lovecat.cyworld.com

고양이 용품 쇼핑몰

ㆍ고양이 마을 http://www.catvil.co.kr

ㆍ캣+공구밥 http://09bob.com

ㆍ고양이닷컴 http://koyangi.com

ㆍ쥬스클럽 http://zoosclub.com

ㆍ냥이네 http://www.yangine.co.kr

ㆍ센스캣 http://www.sensec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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