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만세]여한영씨 네가족 일기장 총 86권…함께 가족일기 쓰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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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옛날 일기장들을 다시 꺼내 읽어보면 너무 재밌어요. 우리 가족이 무척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도 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을 잘도 견뎌왔구나 하는 감회도 새롭고요. " 일요일인 16일 오후 서초구 반포4동 미도아파트 503동. 여한영 (呂漢英.39) 씨가 남편 황복하 (黃福夏.43.회사원) 씨와 아들 예훈 (藝勳.15.경원중2년) 군, 딸 예진 (藝珍.13.경원중1년) 양등과 한자리에 앉아 앞에 수북히 쌓인 지난 시절 일기장들을 펴보며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 네가족이 지금까지 쓴 일기장은 자그마치 86권. 呂씨와 예진양이 각각 31권, 예훈군이 21권, 남편 黃씨가 2권을 썼고 여기에 가족일기도 1권 추가된다.

이들이 '일기쓰는 가정' 이 된 것은 呂씨가 중학교 1학년때 '3년만 꼬박 쓰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는 교회전도사의 말에 따라 열심히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하지만 여러번 이사다니며 모두 잃어버리고 지금은 21년전인 76년도 일기장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남아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일기를 쓰는 내 모습을 보고 어느 순간부턴가 유치원 다니던 애들이 옆에 나란히 앉아 따라쓰기 시작했어요. " 그때부터 각자의 일기장에 예쁜 제목도 붙이고 서로에게 일기로 편지도 쓰는등 '일기쓰기' 를 통해 가족간의 사랑을 키워왔다.

남편 黃씨는 바쁘다는 핑게로 10년동안 단 두권밖에 못썼지만 결혼 2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일기장 10권을 선물하는등 적극 후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서 글쓰기와 독서에 취미를 갖게 됐어요. 문장력도 쑥쑥 자라고 스스로 알아서 하니 과외시킬 필요도 없고요. " 또한 예훈군은 올해부터 영어로 일기를 쓰고 예진양은 일기장 제목을 '내 삶의 율동, 그리고 그 여운' 이라고 지을 만큼 생각과 글솜씨가 성숙해지더라는 것이다.

한편 올해부턴 '우리 가족 사랑나누기' 란 가족일기를 쓰고 있다.

애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서로 봐선 안될 (?

) 내용은 안쓰게 되자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성을 느낀게 계기. 실제로 가족일기를 쓰다 보니 이런 고민이 많이 해소됐다며 주위 가정에도 꼭 권하고 싶다고 呂씨는 말한다.

呂씨부부는 "자녀들 일기장을 책으로 만들어 나중에 결혼선물로 주고 싶다" 며 활짝 웃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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