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원금 "옆길로 샌다"…상당액이 무자격자등에 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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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북 청도군 청도읍 청도전화국 직원 芮모 (46) 씨는 지난해 6월 재래식 간장공장을 세운다며 국고보조금을 신청했다.

그는 농민인 것으로 농지원부등을 꾸며 군에 제출했고 담당공무원은 현지조사도 하지 않은채 서류심사만으로 적합판정을 내렸다.

芮씨는 정부에서 무상 보조되는 1억5백만원과 농협에서 연리 5%의 장기저리 융자금 6천6백만원을 받아 이중 5천여만원으로 공장을 세웠다.

그는 군청엔 2억1천만원이 들어간 것처럼 보고하고 1억2천여만원은 부동산 구입등에 사용했다가 군 공무원과 함께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촌에 지원되는 연간 8조원의 자금이 곳곳에서 새고 있다.

엄격한 심사없이 무능력. 무자격자에게 수억원이 지원되는가 하면 돈을 준뒤 제 용도에 사용되는지 제대로 챙기지도 않는등 관리체계도 엉성하다.

이를 틈타 농사엔 아예 뜻이 없는 사람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받아 챙긴 뒤 달아나는가 하면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하기도 한다.

충북청원군 金모 (38) 씨는 지난해 농민으로 위장전입해 온실을 설치한다며 군으로부터 보조금 4억여원을 지원받고 곧 잠적했다.

청원군북일면의 李모씨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다며 2억원을 지원받아 자취를 감췄다.

유통업을 하는 金모 (50.대구시서구내당4동) 씨는 지난 2월 농민인 친척 명의로 고향 경북성주군에 엿기름.찹쌀가루를 만드는 영농법인을 설립, 무상보조금 9천만원과 장기저리 융자금 5천4백만원을 받았다 검찰에 구속됐다.

대구지검 수사과는 지난 4월부터 이같은 혐의로 15건 20명을 적발, 4명을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영농자금 1백%를 지원받는 영농후계자들중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충북도는 지난해말까지 6천5백96명을 영농후계자로 지정, 돈을 지원했으나 이중 15% 9백93명의 자금을 회수했거나 회수중이다.

이들이 자금을 지원받은 뒤 농사를 짓지 않거나 아예 전업해버렸기 때문이다.

5명 이상의 농민이 합작해 최고 4억5천만원까지 지원받는 관광농원도 일단 돈을 지원받은 뒤 손을 떼는 경우가 많아 충북도내 22개 관광농원중 32%인 7곳이 개업후 합작농민중 일부가 이탈했다.

지자체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연리 6~6.5%로 융자금을 주는 농공단지 입주업체중에도 고의부도를 내고 지원금만 챙겨 달아나는 경우가 많다.

전북의 경우 86년부터 지난 9월까지 2백57개 업체에 부지구입비.시설자금등으로 2천8백여억원을 지원했으나 61곳은 이미 휴.폐업해 4백억원은 원금 회수도 불가능하다.

농업투자 실태조사를 벌여온 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金鎔澤) 연구원은 "농촌 지원금 가운데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유리온실.간이저장고.영농조합등 개별 농업인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사업자 선정과 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말했다.

◇ 농촌 지원자금 =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농어촌에 지원되는 돈은 8조원. 올 국가 일반예산의 12%, 전체예산의 7.5%나 된다.

농특회계 1조7천억원, 농업및 축산경영자금등 각종 단기자금 3조3천억원, 나머지는 농지관리.농안.축산발전기금등 각종 기금들이다.

이들 지원금의 50~80%가 보조금이고 나머지는 연리 5~6.5%의 저리 융자금이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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