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신상정보 유출 숨긴채 1만여명 재발급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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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회사원 姜모 (36.서울서초구서초동) 씨는 최근 신용카드 회사인 B사로부터 '분실신고를 낸 뒤 카드를 교체하라' 는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카드를 분실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유효기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신용카드를 교체하라는 통보에 어리둥절해진 姜씨는 B사측에 문의했으나 회사측은 막연히 개인정보가 유출돼 도용 우려가 있다며 가까운 은행에서 카드를 재발급받으라고 요구했다.

姜씨는 업무시간을 쪼개 분실신고를 낸 뒤 재발급을 기다리고 있지만 재발급까지 1주일여 동안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또 K사의 신용카드를 소지한 회사원 張모 (31.서울 성북구 정릉동) 씨도 최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고 분실신고를 낸 뒤 1주일만에 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張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범죄에 도용될 우려가 있다기에 순순히 따랐지만 이렇다할 사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카드 재발급을 요구하는 카드회사측의 무성의에 화가 치밀었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BC.국민.삼성.LG등 일선 신용카드 회사에 카드 재발급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카드회사 직원이 포함된 신용카드 위조사기범 조직이 신용카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위조카드를 만들어 해외 은행에서 수천만원을 인출했다가 지난달 17일 검찰에 적발된데 따른 것. 신용카드 회사들은 구속된 카드 사기범 일당이 아직 모두 검거되지 않은데다 유출된 신용카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다른 위조사기범의 손에 넘어갈 경우 또다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된 신용카드 가입자들에게 일일이 서신이나 전화통지를 통해 카드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카드교체 건수에 대해 카드회사측은 Z카드사의 2천5백여장을 비롯, 회사별로 1백~1천여장씩 모두 5천여장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두배가 훨씬 더 넘는다는게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의 주장이다.

특히 일부 카드회사는 신용도 추락을 우려, 개인정보 유출사실을 숨긴채 업무착오로 재발급이 불가피하다고 둘러댄 뒤 재발급을 받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때문에 시중은행 카드발급 창구와 카드회사등에는 재발급 신청서와 함께 이유를 묻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 Z카드사 관계자는 "주유소나 현금지급기 주변에서 개인의 신용카드번호를 알아낸 뒤 위조한 신용카드에 이용하는 소규모 수법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카드회사별로 가입자 수천여명의 카드번호.전화번호등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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