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선교수 '사람을 알면 생활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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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일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만큼 끊임없이 심적 갈등에 시달린다.

경제난국에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졸업생들 만큼이야 심하지는 않겠지만 대통령후보중에서 한명을 선택해야하는 유권자들 역시 선택이 여간 고심거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최광선 경북대교수 (심리학)가 쓴 '사람을 알면 생활이 즐겁다' (사계절刊) 는 일상속에 연속되는 선택을 실례로 들며 그 선택에 작용하는 심리현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마음을 읽으면 사람이 재미있다' 라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어려운 심리학 이론을 생활상의 예를 통해 쉽게 설명했다고 해서 부제를 '생활심리' 로 붙였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국민이 지도자의 리더십을 평가할 때의 심리분석이 눈길을 끈다.

또 각 개인이 직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성격적 특성, 그리고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과정을 융의 '타입론' 등 정신분석학과 사회심리학 이론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최교수는 "한 사람이 지도자로 존경받는 것은 개인의 뛰어난 능력에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환경.심리적 요인에 의한 경우가 월등히 많다" 며 "지위에 의해 다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제약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닌 '헤드십' " 이라고 말한다.

'철의 여인' 으로 불리던 영국의 대처 전 (前) 총리는 강인한 신념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 당시 영국병의 만연으로 무력감에 빠져 있던 영국 국민은 대처같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위안을 얻게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어릴때 부모.교사.선배를 동일시해 인격을 형성해 가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왜곡된 형태의 리더십이기는 하지만 히틀러는 나치당원들에게 권력을 부여해 질서정연하고 복종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는 당원이라는 발탁된 계급에 선민 (選民) 의식을 심어주고 그들끼리의 '동조' 의식을 불러 일반인 위에 군림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은 잔뜩 움추려 있던 독일국민들에게 무의식중에 나치에 복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소비행태도 이같은 사회 심리학적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일부 여성들이 모피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은 모피를 보온성이 뛰어난 의류라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부 (富).접촉.모성 등의 상징기호로 반복주입돼 인식이 그렇게 굳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5대3 '황금분할' 이 생활 곳곳에서 선호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 비율대로 가로세로 크기를 맞춰 크로켓을 만들거나 밥과 밥을 덮는 카레라이스 소스의 양을 맞추면 다른 때보다 먹음직스럽게 느낀다는 실험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직장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타입론이 인용된다.

융은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사고형 인간, 호불호 (好不好) 의 감정으로 결정하는 인간, 오감 (五感) 을 통해 유쾌하거나 불쾌한 감각을 전달받아 판단하는 인간, 종합적인 직관으로 결론짓는 인간으로 성격 유형을 분류했다.

최종 결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으로 또다시 세분화했는데 이 8가지 분류가 소위 적성이다.

선택이라는 주제 외에도 이 책은 살아가며 부딪치게 되는 고정관념들과 여러 인간형의 심리작용을 사례별로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신지방과 출신학교를 따지려드는 습관은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해 불안감을 덜어보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것. 최교수는 새로운 이론의 제시보다는 생활적 응용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저자보다는 편저자로 부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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