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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이렇게 치른다]2.후보자 토론…후보자질 검증 'TV시험'(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프랑스등 대통령중심제의 선진국에서는 대선 후보자간의 TV토론이 '선거의 꽃' 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비전등이 여과없이 안방에 투영됨으로써 대세를 판가름내는 결전의 장이 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96년 미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자 토론을 주관했던 대통령토론위원회 (CPD) 의 조사 결과 유권자들의 30~40%가 "TV토론에 의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었다" 고 응답, 미 선거에 TV 토론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들은 실제 공정하고 실질적인 TV토론을 운영키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TV토론은 우리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토론회를 후보자 자질을 비교해볼 수 있는, 말그대로 진정한 '후보자 검증의 장 (場)' 으로 운용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각 후보자를 따로 초청, 각 사안에 대한 소견을 묻는 단선적인 '간담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후보자들을 함께 불러내 같은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상호 토론케 함으로써 각자의 정치적 소양과 색깔.식견.통치능력등을 냉정하게 대비시킨다.

미국의 경우 대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나 대통령 후보는 3차례, 부통령은 1차례씩 토론회가 열리는게 일반적이다.

토론은 사회자가 특정후보에게 질문을 하면 90초간 이 후보가 답변을 한후 상대후보가 60초간 반박, 그리고 답변후보가 30초간 해명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토론방식 자체가 치열한 공방을 통해 '실력' 이 드러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아울러 토론 운영을 둘러싼 편파 시비를 없애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이와 관련,가장 주목할만한 것이 지난 87년 설립된 'CPD' 다.

미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들의 토론회를 전적으로 관장키 위해 설립된 이 독립 기구는 토론에 대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마련, 결정한다.

다음으로 패널리스트 선정 때도 후보자들의 의견을 존중,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

즉 패널리스트 후보자들을 여럿 골라낸뒤 후보자들에게 가부를 묻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84년에는 1백여명의 후보 패널리스트중 양당이 동의한 인물이 3명에 불과, 이들 3명만 참가한 가운데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토론 방식도 다양화, 패널리스트 대신 중립적인 유권자들이 내는 질문중에서 골라 묻기도 한다.

지난해 미 공영방송 (PBS) 의 앵거맨 짐 레러가 맡았던 2차 대통령후보 토론회가 바로 그같은 예로서 사회자는 유권자들로부터 취합한 20개의 질문을 이들이 보는 가운데 후보자들에게 던졌었다.

한편 미국 이상으로 TV토론이 각광을 받는 프랑스에서도 공정하고 실속있는 토론회를 위한 노력은 진지하다.

프랑스 토론회의 기본원칙은 각 후보에게 동등한 발언 시간과 동등한 화면 출연시간을 보장, 공정한 토론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선 토론회는 2시간 10분 동안 실시하며 40분씩 국내정치.경제사회.국제문제등 3개부문을 다루게 된다.

이때 각 후보는 패널리스트인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뒤 이 내용을 토대로 양자간 직접 토론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워싱턴 = 길정우.이재학 특파원

런 던 = 정우량 특파원

파 리 = 배명복 특파원

베를린 = 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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