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민 3각편대’ 발을 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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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과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른다.

역사적인 남북전을 하루 앞둔 31일 양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 선수들은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몸을 풀고 있고(사진左), 북한 선수들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웃으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파주·서울=뉴시스]


북한은 3승1무1패(승점 10)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에서 8강에 오른 이후 44년 만에 본선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인공기와 배지를 단 감색 양복 차림으로 31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김정훈 감독은 “귀중한 승점 3점을 위해 선수들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자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김 감독은 기자의 질문에 ‘북한’이라는 표현이 섞이자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며 고개를 치켜세웠다. “축구가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은 “내일 경기에 대해서만 답하겠다”며 정치적인 의미를 차단했다.

북한보다 한 경기 덜 치른 한국은 2승2무(승점 8)로 B조 2위다. 북한을 꺾으면 다시 선두를 되찾으며 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7회 연속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에 오른다. 그러나 만의 하나 덜미를 잡힐 경우엔 조 3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2승1무2패)와 이란(1승3무1패)이 턱 밑에서 쫓아오고 있다. 허 감독은 “중요한 길목에서 북한을 만났다. 북한도 잘하지만 우리도 컨디션이 좋다. 골을 넣을 것이고,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투지를 보였다.

북한은 철저히 실리 축구를 펼친다. 상대의 전력 우위를 인정하며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다. 하지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칼날 같은 역습을 자랑한다. 최전방에 포진한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 공격수 문인국(4.25)과 홍영조(로스토프·러시아)는 발군의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갖고 있다. 후방에서 간간이 터져 나오는 박남철의 중거리슛도 위력적이다. 경기 며칠 전 소집되는 허정무 팀과 달리 1년 내내 대표선수들이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기에 조직력도 탄탄하다. 체력도 한국보다 한 수 위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양으로만 따지면 세계 최고다. 허 감독은 “공격 전환은 물론 수비 전환도 빨라 북한은 늘 수적 우위에서 경기를 풀어나간다”고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완급을 조율하고, 리듬을 타는 경기 운영 능력은 한국이 우위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경기 경험이 잘 준비된 팀”이라고 경계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도르트문트) 등 유럽 빅 리그를 누빈 스타와 이청용(서울) 같은 현란한 테크니션이 북한엔 없다. 기성용(서울)의 위력적인 프리킥은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을 비장의 카드다.

A조에서는 호주가 우즈베키스탄을 불러들여 홈 경기를 치른다. 한국처럼 2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도 승리할 경우 일본을 따돌리고 조 선두로 올라선다. 혼전 양상인 B조와 달리 A조에서는 일본(3승2무)과 호주(3승1무)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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