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전 여는 주한 스웨덴대사 부인 에바 바리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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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짜고 있으면 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신경을 안 쓸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에바 바리외(53·사진) 주한 스웨덴대사 부인은 요즘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져 있다고 털어놨다. 한지를 꼬아 만든 흰 한지사(韓紙絲)를 베 짜듯 엮어가며 태극기에 있는 팔괘 등 동양 사상을 담아내는 작업이 마치 참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 라르스 바리외(62) 대사와 함께 2006년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옥·한지, 그리고 한국의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른 문화 속에 있으면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 보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이 보게 됩니다. 한국의 질감·소리·색에 관심이 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요.”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해 미술과는 인연이 없던 그는 1986년 일본 도쿄에 머물 때 종이공예에 매료됐다. 그 뒤 일본과 스웨덴에서 종이를 이용한 직조술을 배웠고 이를 토대로 몇 차례 전시를 열었다.

“한지는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 있어 작품으로 고정하기 좋아요. 꼬아진 한지사를 풀면 쪼글쪼글한 태가 남아 따로 색깔을 쓰지 않아도 그 질감만으로 흥미로운 시각 효과를 냅니다.”

우리에게 스웨덴은 노벨상의 나라다. 매년 가을이면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느냐 마느냐를 놓고 문단이 홍역을 치른다. 에바는 “노벨상위원회 내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이라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 누가 유력한지는 우리도 뉴스를 보고서야 안다”며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려면 좋은 번역가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은 1~12일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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