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나 극심한 재해 지역에는 응급환자를 위한 이식용 장기, 백신 등을 냉동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곳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 의료용 냉동고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메카닉스연구센터 김서영 박사에 의해 개발됐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가 발전기(연료전지)를 내장한 냉동고다.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냉동고의 무게는 20㎏ 내외며, 섭씨 영하 15도를 유지할 수 있다. 어른 팔뚝만 한 수소 연료통은 한 번에 두 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개당 12시간씩 연료전지를 가동할 수 있다. 수소통은 배터리를 바꾸듯 교체할 수 있다. 시중에서 파는 수소로 재충전도 가능하다. 냉동고의 무게인 20㎏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무게 기준이다.
연료전지 냉동고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로 전기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조용하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서 물만 배출될 뿐 다른 배출 가스도 없다.
경유나 휘발유 등을 이용하는 기존 발전기는 시끄러운 데다 크기가 커 냉동고 내장형을 만들기 어렵다.
지금까지 일반 병원에서 장기를 이송할 때는 아이스박스에 드라이아이스를 채우는 방식으로 휴대용 냉장고를 대신했다. 전쟁터에서는 드라이아이스를 장시간 휴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스박스를 쓰기도 어렵다.
KIST는 현재 이 기술을 이전할 업체를 물색 중이다. 기술은 국내외 특허 출원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