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산신항만 건설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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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산은 지리적으로 해양과 내륙을 잇는 연결점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국제정기항로의 주항로여서 동북아 (東北亞) 중심항으로서의 역할을 맡기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부산항의 시설부족으로 빚어지고 있는 낮은 항만서비스 수준을 감안하면 오히려 뒤늦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물동량 처리능력과 서비스 질의 획기적인 향상이 기대되는 이 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신항만 건설사업은 단순한 지역발전 관점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예산삭감및 부실시공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해진 기존의 국책사업처럼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2010년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돼도 시설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1,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될 예정인 신항만 건설사업이 경제논리가 아닌 이유로 인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아시아의 주요 거점항만들의 장기적인 항만개발계획이다.

카오슝.고베.홍콩.싱가포르등의 장기 항만개발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모두 40~50개의 컨테이너 전용선석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국제무역 환경속에서 부산항이 계속 중심항만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2010년이후의 항만개발계획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하역을 포함한 터미널 운영방식의 혁신적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아시아 주요 경쟁항만들의 항만개발계획의 특징적인 내용은 각 선석 (船席) 처리능력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선석당 최고 1백만TEU (1TEU는 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를 처리할 수 있는 '메가터미널 (Mega - terminal)' 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의 대형화.고속화로 대변되는 해운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항만의 하역기술.보관능력등 항만환경도 재래적인 관점이 아닌 신기술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는 것이 이들의 장기적인 항만개발계획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예상대로라면 8천TEU급 컨터이너선이 곧 출현할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1만5천TEU까지 만드는 일도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부산신항만 개발은 이런 신기술을 전제로 한 메가터미널이 항만의 운영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은 이런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초의 민간운영터미널이 될 부산신항이 명실공히 21세기 동북아의 물류지점으로 우뚝설 수 있도록 산.학.관.연이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성혁 <한국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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