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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새잔디 넌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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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저:연합뉴스]

  겨울동안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됐던 서울광장에 지난 25일부터 새 잔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시민의 휴식 공간인 서울광장을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물들인 이 녀석, 겨울 내내 어디서 쉬다 왔을까. 서울광장 잔디의 ‘이모저모’를 서울시 녹지사업소 조경지원과의 도움으로 살펴봤다.

5년 전 서울시청 앞에는 축구장 세배 크기의 서울광장 잔디밭이 조성됐다. 서울시는 광장을 만들면서 잔디를 강서구 가양양묘장과 외부 양묘장에서 반씩 나눠 가져왔다. 잔디 구입비용은 1㎡에 2만2000원 정도. 잔디밭을 모두 채우려면 1억4000여만원이 든다. 그러나 가양양묘장은 시 소유 녹지사업소이기 때문에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가양양묘장에서 100% 자체 생산한 잔디로 광장을 채우기로 했다.

가양양묘장에는 서울광장용으로 쓸 잔디가 삐죽삐죽 자라고 있다. 종자는 켄터키 블루그라스(kentucky bluegrass)다. 골프장이나 축구장에 많이 이용되는 잔디로 겨울 늦게까지 녹색을 유지한다. 모래알보다 더 작은 잔디 씨는 보통 1년 이상 농장에서 보호를 받아야 서울광장에 식재될 수 있다. 자생력이 생겨 어느 정도 밟혀도 꿋꿋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잔디는 ‘그냥 둬도 잘 자라는 것’처럼 오해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광장 관리인 1명과 인부 7~8명이 물주기ㆍ죽은 잔디 솎아내기 등의 작업을 꼼꼼히 해야 한다. 잔디밭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로 4월엔 하루 한 차례, 5~6월엔 두 차례, 7~8월엔 기온에 따라 수시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잔디는 조경 뿐 아니라 도로의 소음을 흡수하고 지열을 식혀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효자인 잔디의 수명은 ‘가꾸기 나름’이다. 지난해엔 촛불집회와 잦은 야외 행사로 인해 대부분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 동편 일부를 제외하곤 중앙, 남ㆍ북, 서편 등의 6분의 5 가량이 파이거나 누렇게 죽었다.

시민의 쉼터가 되는 잔디도 하루쯤은 쉬는 날이 있다. 시는 매주 월요일을 ‘잔디보호의 날’로 정했다. 이렇게 봄ㆍ여름ㆍ가을이 지나면 서울광장엔 스케이트장이 들어선다. 잔디는 다시 가양양묘장으로 이사를 갔다가 다음해 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온다. 이번 해 서울광장에 새로 깔린 1년생 여린 잔디는 식재된 후 최소 20일 이상 밟지 말아야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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