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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시민강좌 ‘테마는 색깔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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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식의 고수’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안동 신세계 병원장)씨가 24일 오후 전주시청을 찾아 왔다. 박씨는 “미국이 1조달러, 일본이 150조엔, 한국이 51조원 등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각국 정부의 부채 증가, 국채 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지금은 경기가 불투명해 투자보다 관망하게는 좋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강좌는 500여명이 시청 강당을 가득 채웠다.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당초 예정했던 90분을 넘겨 2시간이나 이어졌다.

박경철씨가 24일 전주시청에서 열린시민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교양강좌 붐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평생학습 기회 제공과 혁신 마인드 고취 차원에서 마련한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정기강좌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내용도 단순한 교양을 넘어 전문가들로부터 지식경영을 배우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교양강좌 잇따라=전주시는 ‘열린시민강좌’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시민들의 지적 호기심 충족‘을 목표로 내걸고 2007년 3월부터 시작했다.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 시청 강당서 열리는 강의에는 시민·공무원 등 400~500명이 참석한다.

김제시는 주 1회 ‘지평선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이달에는 ‘대인관계 만들기’, 다음달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사로 시인·소설가 등 문화계인사와 방송인·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한다.

진안군이 매주 목요일 여는 ‘마이학당’에는 평균 200여명이 참석한다. 주민 이상분(74·여)씨는 “평소 신문·방송서만 보던 유명인사들을 직접 보고 얘기를 들으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 있어 좋다”며 “강의가 있는 날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주 열린시민강좌는 지난해 총 15회를 열어 8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고정 수강자가 150~200명이나 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온 가족이 함께 방석까지 들고 오는 열성팬도 많다. 진안군의 마이학당은 한 해 평균 9000~1만명이 참여한다.

교양강좌는 특히 인기강사가 올 경우 시민 참석률이 높다. 지난해 전주시가 초청한 ‘행복 전도사’ 최윤희씨 강의 때는 시청 강당은 물론 복도까지 들어 찰 정도로 청중이 몰렸다. 탤런트 전원주씨와 방송인 이상벽씨도 팬이 많은 단골 강사들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강사들 중에는 지자체를 알리는 홍보 도우미로 나서기도 한다.

◆수준 높은 강의로 진화=시민강좌는 연륜이 흐르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초창기 흥미 위주의 단순한 교양강좌에서 탈피해 전문가들을 초청한 지식경영 강의로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

지난해 강단에 방송·연예인들이 많이 섰던 전주시 시민강좌는 최근 들어 아트 폴리스나 한식의 세계화 등 시의 주요 정책에 관련된 전문가의 초청이 늘고 있다. 다음달에는 중앙일보 고문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한식 전문가인 조태권 광주요 회장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김제 지평선 아카데미의 경우 수강예약제를 도입했다. 식전 행사로 시민 동아리가 참여하는 소공연도 운영한다.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연내용을 녹화해 평생학습 사이버 센터에 올린다.

진안군은 마이학당을 그 동안 군청 강당에서만 진행해 왔지만 다음달부터는 읍·면사무소로 주민을 찾아가는 시민강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건식 김제시장은 “시민들은 자기계발의 계기로 삼고, 공무원들은 전문지식을 높일 수 있도록 강좌를 특색있는 테마로 내실 있게 하는 등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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