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문계고교 손잡고 ‘취업길’ 넓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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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7일 오전 9시 서울 관악구 서울여자상업고 세미나실. 삼성SDS 혁신기획그룹 전소영(39) 차장이 회사를 소개하자 서울여상 3학년 취업반 학생 175명이 “와~” 하는 함성을 터뜨렸다. 이날 강의는 삼성SDS가 서울여상과 ‘1사-1교 멘토링 협약’을 맺어 이뤄졌다.

‘1사-1교 멘토링’은 기업체와 전문계고(옛 실업계고)가 서로 돕는 제도다. 기업은 학생의 취업을 돕고, 학교는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키운다.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난을 덜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권대봉)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삼성SDS와 서울여상이 1호 커플이 된 것이다. 83년 전통의 서울여상은 예전에는 금융권이 졸업생을 서로 모셔갈 정도의 명문고였다. 지금도 취업률이 70%를 넘지만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여상과 ‘1사-1교 멘토링’을 맺은 삼성SDS의 전소영 혁신기획그룹 차장이 학생들에게 ‘취업경쟁력 특강’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기업과 고교가 함께 산다=이날 삼성SDS 측은 서울여상 학생들에게 취업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특강했다. 대학생들도 따기 힘든 ITQ(정보기술자격), 금융자산관리사, 증권투자상담사 등 9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박하니(금융정보과 3)양은 “서울여상 출신의 특징을 평가해 달라”고 물었다. 전 차장은 “같이 일한 서울여상 출신들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울 만큼 꼼꼼하지만 자기 분야에만 시각이 한정된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오라클 DBA(데이터베이스인증)나 CPIM(공인생산재고관리사) 등의 자격증을 따놓는다면 취업은 물론 승진에도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전 차장은 채용 과정을 설명하며 돌발 질문 대처법도 알려줬다. 예를 들어 SDS 김인 사장이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신문을 보고 기록해 두면 뜻밖의 질문에도 “김 사장과 이런 점에서 같은 생각”이라고 답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국 교장은 “학생들이 회사 직원에게 취업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SDS 인사팀의 한경희 선임은 “2학기에는 학생들이 수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견학하고, 교사들은 삼성 멀티캠퍼스에서 연수를 받도록 하겠다”며 “조손·결손가정 학생 10명은 취업까지 멘토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돕나=삼성SDS 직원들은 학교에서 정보통신기술(IT) 관련 특강을 정기적으로 한다. 산학겸임교사를 학교에 보내 기업 분위기를 설명하고 현장 체험도 제공한다. 직원들은 학생과 1대1 결연을 할 계획이다. 서울여상은 우수 학생을 삼성SDS에 우선 추천하고, 학생 인턴 사원을 보낼 예정이다. 서울여상 김수진(국제통상과 3)양은 “대기업들이 토론과 회의 진행, 창의력 높이기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싶다”며 “다양하게 현장 경험을 하면 취업문을 뚫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원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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