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망명 이라크人들 귀국 여부 놓고 망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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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 암만 시내에 위치한 '센트럴' 커피숍. 사과향 물담배와 진한 홍차를 마시는 이라크인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주권이양이 수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이 연일 귀국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과 언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시인이자 언론인인 사아드 함자(48)가 큰 소리로 선언했다. 이곳 이라크인들 사회에서 발언권이 꽤 있는 망명 7년차 고참인 그는 조국에 대한 의무를 강조했다. 그러나 반응이 시원찮다. 겸연쩍은 그는 더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언제 돌아가자는 얘기냐?"

"아직은 아니다." 앞에 앉은 무슬림 알타안(49)이 고개를 저었다. "감옥에서 겪었던 고문과 욕설, 그리고 총성이 지겹다. 나는 치안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바그다드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를 하던 중 4년 전 요르단으로 망명한 알타안은 "영구헌법이 제정된 뒤 들어설 정식정부가 후세인 정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확신이 들어야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쳐다보며 "외국인.자국인 가리지 않고 목을 베는 인간들이 있는 곳을 왜 가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젊은 조각가 아야드 알카라쿨리(32)는 논쟁이 끝날 때쯤에야 입을 열었다. "직장도 집도, 그리고 가족도 모두 사라진 곳에 가면 뭐합니까"라고 그는 단호히 말했다.

이곳에 온 지 2년반 만인 지난달 유엔난민기구로부터 정치적 난민 자격을 부여받은 그는 이주할 나라가 결정되는 대로 어떤 나라든 가겠다는 입장이다. 요르단 내에 체류 중인 이라크인은 약 1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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