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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기자의 JOB 카페] 불성실한 수습사원은 채용 안 될 수도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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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취업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삼성이 올 상반기에 5500명을 뽑고, STX가 1500명을 채용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규인력 선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온갖 난관을 뚫고 일단 취업 문을 넘어서면 합격의 기쁨에 들뜬다. 그러나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온전한 합격생으로 회사의 정식 직원이 되려면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수습기간이다.

회사는 입사시험에 합격한 근로자를 수습사원으로 발령한다. 수습사원은 회사 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각종 연수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을 법에선 근로기간이라 하지 않고 ‘시용기간’이라고 한다. 즉 회사와 근로자 간의 본격적인 근로관계는 시용기간이 끝난 뒤부터 성립된다는 얘기다. 연수를 받는 동안 회사는 개개인을 평가한다. 이 평가에서 일정 수준의 점수를 얻지 못하면 채용이 거부될 수 있다. 대법원은 1991년 ‘시용제도는 근로자의 업무능력·자질·인품·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취지로 활용된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거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회사에 정식으로 채용되려면 수습기간을 잘 넘겨야 하는 이유다. 수습기간이 사실상 최종 입사 관문이자 심층면접 단계인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무턱대고 수습사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 법원은 ‘해고 이유가 사회 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객관적인 평가도 없이 근로계약을 해지(해고)하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돼 무효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판례는 2006년 있었다. 당시 모 금융기관이 수습사원 상당수를 해고했다. 근무성적표와 평점을 해고와 채용의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문제는 근무성적과 평점을 매긴 방법이었다. 이 금융기관은 각 지점에 해고를 시킬 수 있는 평점인 C나 D등급을 무조건 일정한 수만큼 채우도록 할당했다. 지점장이 혼자서 근무성적과 평점을 매기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작성된 성적표로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능력이 얼마나, 어떻게 부족했는지 알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근무평정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근로계약 해지는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정식 채용을 하지 않는 것도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서울고등법원 2004년)의 판단이다.

시용기간은 보통 3개월이다. 회사 사정에 따라 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때는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거나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서울행정법원 2006년). 그렇지 않고 임의로 시용기간을 연장했을 때는 정식 채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또 시용기간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간에 포함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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