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주선 결혼미팅 로포] “사랑을 잡으려면 눈 떨구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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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마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다. 아산시 주선 그룹미팅에서 참가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영회 기자

바람은 좀 불었지만 화창했던 28일(토). 아산 그랜드 호텔 2층 아이리스홀은 청춘 남녀의 열기로 가득찼다. 날씨가 무색할 정도였다. 아산시가 주최하는 결혼 미팅행사.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행사로 이 날이 5회 째다. 참석자 36명은 5개 원탁 테이블로 나뉘어 남녀 섞어 앉았다.

“절대 눈을 아래로 깔지 마세요. 바닥에 돈 떨어진 거 없거든요.” 행사 진행을 맡은 만남주선업체 (주)선우의 황인혁 과장이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띄운다.

아산시립합창단이 ‘오! 해피 데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감미로운 노래로 첫 만남을 축하했다. 강춘구 사회복지국장이 “이 행사는 기초단체로선 아산이 처음 주선한 행사”라며 “좋은 인연이 닿길 바란다”고 짧게 인사했다.

연이어 황 과장이 참석 남녀들의 어색함을 없애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테이블 별로 대통령·영부인·국방부장관을 정했다. “어떤 테이블 대통령이 여성의 손수건을 먼저 가져오는지 봅시다.” 그러나 마음 가는 여성에게 손뜻 손수건을 달라기엔 만남이 짧은 탓일까. 식사용 수건을 가져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경 닦개를 가져오기도 했다. 좌중에 웃음이 쏟아졌다. 서로 다가가는 과정인듯 했다.

‘스피드 미팅’ 시간이 왔다. 각 테이블 남녀끼리 돌아가며 6분씩 대화를 갖는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더니 곧바로 대화를 나눈다. ”어디 사세요.” “하는 일이 뭐예요.” 2차 미팅은 남자들이 다른 테이블로 옮겨가 여성 참가자들을 만난다.

‘체험 이벤트’는 사랑의 선물을 만들어 점찍어 둔 이성에게 주는 시간이다. 프로포즈 타임이다. 그리고 식사(뷔페)을 하며 자유롭게 더 깊은 대화를 나눴다. 오후 7시 선택의 시간. 최후 ‘찜’을 해야 한다. 대부분 주최측이 제공한 ‘느낌!! 체크용지’에 이미 느낌가는 상대에 이름에 체크해 놓은 상태다.

결과는 5쌍 만이 짝을 이뤘다. 저조한 성과였다. 몇 명의 여성에 남성 표가 집중됐기때문이다. 고분자 주사는 “짧은 만남이라 그런지 남성 분들이 너무 외모에 치중한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이날 참가자들의 연령·직업은 다양했다. 남자는 29세부터 40세까지, 여자는 24세부터로 37세가 가장 많았다. 직업은 일반 회사 직장인·교직원·공무원·경찰관·연구원에 어린이집 원장 등이었다.

조한필 기자

 

“친구에게 등 떠밀려 나왔는데… 좋네요”
오용표(30·아산 온천동·직장인)씨는 2차 행사 때 참여한 친구 권유로 이 자리에 나왔다. 남자 신청자 51명 중 20명을 뽑는 데 그 안에 든 것만도 고맙다는 생각이다.”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는데, 이 행사가 그것보다 더 좋다면 등 떠밀어 나오게 됐어요.”

오씨는 수줍움을 타는 스타일이다. 기자가 처음 테이블에 좋아하는 여성이 있냐고 살짝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최종 찜 3명을 선택할 때 2,3,5번 테이블 여성에게 표를 던졌다고 한다. 오씨는 2남2녀 중 막내로 형제들 모두 출가했다.

아산시 가정복지과 고분자씨 “싱그런 청춘들 보면 행사때 마다 설레요”

 

아산시 결혼미팅을 처음부터 기획·주선해 온 가정복지과 고분자(44)씨. “이 사업을 맡으면서 점점 젊어지는 기분이예요.” 고씨는 미혼 청춘남녀를 마주 대하고 상담을 할 때마다 ‘젊음은 정말 싱싱하다’는 생각을 한다. 고씨는 “항상 행사 때마다 당사자도 아닌 자신이 설레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날 행사는 고씨를 조금 실망시켰다. 지난해 총 4회를 진행하는 동안 불참자는 여자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세 명이나 연락없이 불참했다.

지금까지 남녀 152명(5회 제외)이 참가했다. 아직껏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은 없다. 그러나 현재 10쌍이 교제 중이다. 지난해 7월 첫 만남을 시작했으니 가장 일찍 만난 커플이 이제 8개월 됐다. “교제하며 결혼까지 가는 데 보통 1년 정도 걸리니까 기대를 갖고 기다리고 있어요.” 첫 성과가 빨리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다.

“한번 행사를 하는데 수백만의 예산이 드는 만큼 잘 돼야 하겠죠.“ 당일 쌍을 못 이루더라도 주최 측에서 맺어지도록 노력한다. “한쪽의 프로포즈가 있으면 상대에게 그 의사를 다시 전달하거나, 잘 어울린다고 판단되는 상대를 추천해주는 등 좋은 결과가 있도록 사후에도 신경을 쓰지요.”

공무원 생활 20년 째를 맞은 고씨는 현재의 남편을 소개받은 후 1년 반의 연애 후 결혼했다. 고향은 대구인데 아산이 고향인 남편을 따라 내려왔다. “물 맑고 산 좋고 인심 좋은” 아산이 너무 좋단다. 슬하에 고2, 중2 아들 둘을 뒀다.

“우리 시절엔 이런 기회가 없었어요. 처음 만났지만 한두 시간 지나면 친구들 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어요.”

아산시 가정·결혼상담센터 (041)540-2900.

조한필 기자



아산시, 지자체 처음으로 ‘그룹 맞선’ 주선 … 지난해 31쌍 맺어져 현재 10쌍 교제 중

 아산시는 지난해 5월 가정·결혼상담센터를 열고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관내 미혼 남녀들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고 있다.

농촌총각-도시처녀 만남 등 다양한 결혼 미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번 행사에 홍보비·본행사 진행비 등으로 400만~450만원이 든다.

지난해 결혼미팅 행사 4회

참여인원 : 152명(76쌍)

좋은 느낌(짝이룸) : 31쌍

만남 유지 : 10쌍

-제1회 결혼미팅

일 시 : 2008. 7. 19(토)

신청인원 : 67명(남 43, 여 24)

참여인원 : 40명(남여 각 20)

좋은느낌 : 9쌍

-제2회 결혼미팅

일 시 : 2008. 9. 27(토)

신청인원 : 83명(남 57, 여 26)

참여인원 : 40명(남여 각 20)

좋은느낌 : 12쌍

-제3회 결혼미팅

일 시 : 2008. 11. 22(토)

신청인원 : 50명(남 25, 여 25)

참여인원 : 36명(남여 각 18)

좋은느낌 : 4쌍

-제4회 결혼미팅

일 시 : 2008. 12. 27(토)

신청인원 : 61명(남 36, 여 25)

참여인원 : 36명(남여 각 18)

좋은느낌 : 6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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